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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1인당 휴대폰 10대…여론조사 전화 받으면 봉화 올려라”

중앙일보 2016.02.13 01:51 종합 6면 지면보기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새로운 공천 방식을 도입했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다.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선에서 이런 방식으로 일반 국민여론을 70% 이상 반영하기로 했다.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름으로다.

새누리 ‘여론 70% 반영’ 그후
다른 전화로 연결하는 방식 막히자
“이 번호 꼭 응답” 단체 문자로 전파
중국동포 입주 도우미 잡으려면
“촌스러운 이름이 유리” 농담도

하지만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 드리겠다”(김무성 대표)는 여론조사 공천을 앞두고 각종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집 전화를 착신전환 방식으로 해 지지자의 응답률을 높이거나, 나이가 60대인데 20대라고 속여 여론조사 가중치를 노리는 ‘1세대 꼼수’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꼼수도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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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여론조사 봉화’ 시스템=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전화의 발신번호를 파악해 지지자들에게 공지하는 비상연락망 구축이 신종 꼼수다.

여론조사 전화를 먼저 받은 한 지지자가 “XXX-OOOO이 여론조사 번호다. 거절하지 말고 꼭 받아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식이다. 마치 봉화대에 불을 피워 알렸던 것처럼 연락망을 만들어 ‘여론조사 봉화(烽火)’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 가장 치열한 경선이 치러지고 있는 서울 강남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강남 지역에 출마하는 A후보는 “한 지지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 카카오톡 단체방 등 여러 루트의 연락망을 만들어 놓았다”며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진 알 수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번에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선에 참여하는 의원이나 예비후보들은 “ 여론조사 전화를 꼭 받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수시로 발송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거주지와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 때문에 모르는 번호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정문헌(속초-고성-양양) 의원은 “안심번호고 뭐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면 잘 안 받는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의뢰했는데 700개 샘플을 얻기 위해 1만 통 가까이 전화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번호만은 받아달라”는 전략이 의외로 먹힐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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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휴대전화 배가(倍加) 운동=강원도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친인척은 물론 지지자들에게 휴대전화를 경선 기간 동안 여러 대 개통해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는 얘기가 돈다. 강원도는 현역 의원 9명이 모두 새누리당이다. 그만큼 경선 열기도 뜨겁다.

한 예비후보는 “우리 동네 현역 의원이 당원 등 지지자들에게 한 사람당 10통씩 휴대전화를 개통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 명의 지지자라도 더 여론조사 샘플에 포함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새로 도입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가상의 번호다.

이동통신사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이다 보니 휴대전화가 많을수록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확률은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심번호를 뽑아내기 전까지 개통되는 휴대전화는 자연스럽게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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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응답하라 가사도우미들=휴대전화 안심번호 방식의 여론조사를 하려면 경선 23일 전까지 정당이 중앙선관위에 요청하고, 선관위는 3일 이내에 심사를 마친 다음 이동통신사에 이를 전달해야 한다. 또 이동통신사는 7일 안에 안심번호를 추출해 정당에 제공한다.

 하지만 국회 선거구 획정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 이런 수순을 다 거치려면 새누리당이 예정해놓고 있는 3월 초 경선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일부 예비후보는 안심번호제 도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집 전화 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에는 비록 투표권은 없지만 집 전화를 받는 중국동포 입주 도우미가 중요하다는 입소문이 돈다.

한 예비후보는 “유권자들의 집에서 낮에 일하는 중국동포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전화를 끊지 말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 중 중국동포 도우미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촌스러운’ 이름의 후보자가 유리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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