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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view &] 반퇴 정글서 살아남기, 30대부터 준비하라

중앙일보 2016.02.12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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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민 경제 데스크

‘반퇴시대’란 용어 들어보셨는지요. 지난해 중앙일보가 연중기획으로 다룬 주제입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 우리 사회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앞으로 30년 동안 한해 80만명 안팎이 퇴직 연령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수명은 부모 세대보다 20년 이상 늘었죠. 퇴직하고도 30년은 ‘건강하게’ 산다는 뜻입니다. 여유로운 은퇴는 그림의 떡입니다. 끊임없이 구직시장을 기웃거려야 하는 ‘반만 은퇴’ 시대가 온 겁니다.

뒤엔 저금리, 앞엔 지뢰밭 투자시장
자녀 의탁, 부동산 불패 기대도 깨져
퇴직 후 30년 편안한 노후 되려면
투자·보험·연금 지식 스스로 갖춰야

 그런데 하필 이때 저성장·저금리가 일상이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닥쳤습니다. 미국·일본·유럽에 이어 신흥국까지 유사이래 최대 규모의 돈을 퍼붓고 있지만 얼어붙은 경기는 요지부동입니다. ‘돈이 흔해지면 지갑을 연다’고 돼있는 경제학 교과서마저 새로 써야 할 판입니다. 심지어 유럽과 일본은 예금자에게 이자 대신 수수료를 물리는 ‘마이너스 금리’란 극약처방까지 냈습니다.

그러나 주가 폭락이란 역풍에 혼비백산하고 있지요. 반퇴세대에게 저금리는 덫입니다. 과거 부모 세대처럼 은행 예·적금만 부어선 노후를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정부도 몸이 달았습니다. 노후 대비 없는 퇴직자가 쏟아지면 결국 정부가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부터 잇따라 선보일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주택연금 3종세트’가 그런 고민에서 나온 상품입니다. 노후 대비 자금에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겁니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은행 예·적금보단 투자상품을 적극 활용하란 뜻도 담겨있습니다. 얼마나 아꼈느냐 보다 얼마나 똑똑하게 굴렸느냐가 노후를 천당과 연옥으로 가를 시대가 온 겁니다.

 한데 투자시장은 지뢰밭입니다. 원금 보장은 따놓은 당상이라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연초부터 무더기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만 봐도 그렇지요. 지난해 5월 1만5000선을 넘보던 홍콩 H지수가 1년도 안 돼 반토막 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도발에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까지 연초부터 생각지도 못한 복병도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투자시장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가만히 앉아 있다간 저금리란 늪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습니다. 뒤엔 저금리, 앞엔 지뢰밭인 사면초가입니다.

 그나마 집 한 칸이라도 지키고 있다면 다행입니다. 다만 집에 대한 생각, 이젠 바꿔야 합니다. 부모세대와 달리 반퇴세대는 퇴직 후 30년을 버텨야 합니다. 하나 남은 집 팔아서 자식 공부시키고 혼수 마련해주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끝까지 집을 지킨다 한들 물가 비싼 서울의 아파트를 깔고 앉아 있을 까닭도 능력도 없어졌습니다. 집을 연금으로 바꿔주는 주택연금으로 눈을 돌려야죠. 벌써 서울 아파트 팔아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사두려는 눈 밝은 분도 부쩍 늘었더군요.

 최후의 보루, 자식이 있지 않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올해를 정점으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합니다. 2060년이면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8명과 어린이 2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하는 풍속은 민속박물관에서나 구경하게 될 겁니다. 아플 때를 대비한 보험, 퇴직 후에도 안정적 소득을 보장해줄 연금으로 미리 안전망을 쳐놓지 않으면 별안간 서글픈 노후와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그런데 어떤 보험 몇 개나 들고 있는지 혹시 알고는 있는지요.

 반퇴는 50대나 걱정할 일 아니냐고요? 큰 일 날 소립니다. 어쩌면 50대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는지도 모릅니다. 돈을 모으는 비결이 아니라 있는 재산 30년 동안 잘 쓰는 노하우를 익히기도 바쁘기 때문이죠. 반퇴시대를 무난히 넘자면 30대부터 인생 설계를 시작해도 빠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문가만 믿을 순 없죠. 곳곳에 묻힌 지뢰밭을 피해가며 흙 속에 묻힌 진주를 찾아내고 절세도 하자면 나부터 ‘반퇴테크’를 익혀야 합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반퇴시대의 숲을 봤습니다. 올해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무를 하나씩 파보겠습니다.

정경민 경제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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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민 정경민 필진

"정년이 코앞인데 나는 뭘 준비해뒀지?" 2013년 말 뉴욕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불현듯 떠오른 질문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한 '반퇴시대' 시리즈가 태동한 순간입니다. 이제 반퇴시대를 넘어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갈 지혜를 찾아 나섭니다. 어디까지 갈지 언제 목적지에 닿을지 모릅니다. 서두르지 않겠지만 멈추지도 않겠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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