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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로부터 유일한 안타를 때린 황재균

중앙일보 2016.02.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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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번타자 황재균(29). 사진 피오리아=김식 기자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포츠 콤플렉스.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 관계자 50여 명이 본부석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22·일본 니혼햄)의 2016년 첫 실전 피칭을 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늦어도 3년 안엔 MLB 진출이 확실한 오타니의 작은 동작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정규시즌 개막이 5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오타니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평가전에서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뿜어냈다.

이날 경기는 오타니의 MLB 쇼케이스 같았다. 1회 말 아웃카운트 2개를 손쉽게 잡았을 때 지난해 11월 프리미어 12에서 한국 대표팀이 그에게 완벽하게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딱! 경쾌한 타구소리가 피오리아의 맑은 하늘을 갈랐다. 롯데 3번타자 황재균(29)이 때린 우전안타였다.
물론 이날 경기는 2이닝을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오타니의 무대였다. 그래도 황재균의 깨끗한 안타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황재균은 0-1로 뒤지던 9회 말 1사에서 좌중간 3루타를 때려 1-1 동점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등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오타니 피칭과 황재균의 타격은 묘하게 부딪혔다. MLB 진출 전부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타니로부터 MLB 진출에 실패한 황재균이 유일한 안타를 때려냈다. 최고 시속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오타니의 현재 컨디션이 최고조가 아닌 만큼 황재균의 몸상태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오타니에게 때린 안타를 황재균과 함께 복기했다. 평가전 이후 웨이트트레이닝까지 마친 황재균은 저녁식사를 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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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빠른 공을 때려 안타를 만들었다.
"프리미어 12에서 오타니는 시속 160㎞ 넘은 공도 던졌다. 온 힘을 다해 던지는 게 타석에서 느껴졌다. 그때는 못 쳤다. 오늘은 전력투구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안타를 쳤다고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9회 좌중간 타구를 때린 뒤 열심히 뛰어 3루까지 밟았다. 평가전인데 오버페이스하는 건 아닌가.
"조원우(45) 감독님이 그런 걸 강조하신다. 기본에 충실하고, 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하는 걸 원하신다.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는 순간 무조건 3루까지 간다고 생각했다."
타격만큼 인상적이었던 게 그의 스피드였다. 지난해보다 움직임이 날렵해진 것 같았다. 황재균은 1년 전 지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반복한 끝에 벌크업(bulk up·체중 증가)에 성공했다. 덕분에 6월까지 20홈런을 쳤다. 시즌을 절반쯤 치른 시점에 자신의 최다 홈런(2009년 18개) 기록을 경신했으나 나머지 3개월 동안 6홈런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지금은 살이 좀 빠져 보인다.
"지난해 체중이 100㎏까지 나갔다. 탄산음료조차 마시지 않고 근육을 많이 만들었다. 한 번에 증량한 건 아니고 몇 년에 걸쳐 계획했다. 그렇게 큰 몸으로 시즌을 치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144경기를 치르다보니 힘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몸무게를 조금 줄이더라도 순발력과 탄력을 보강했다. 현재는 94㎏에서 조금씩 찌는 추세다."
 
현재 몸상태는 만족하는가.
"음식조절과 운동방법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전문가에게 자문도 자주 구한다. 지금은 체지방량이 줄었다. 지난시즌 중반이 현재 체중과 비슷한데 그때보다 허리둘레가 4인치(약 10㎝) 줄었다. 지방이 빠진 덕분이다."
황재균은 지난해 말 MLB 진출을 위한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신청했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성공에 자극받은 나머지 너무 섣부른 선택이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MLB에 도전했다. 그러나 응찰한 구단이 하나도 없었다.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기간에 MLB 진출 실패가 결정됐다.
지난해 12월 5일 훈련소 조교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다음날 금세 괜찮아졌다. 난 매사에 그렇다.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으니 더 노력해서 그걸 채워나가면 된다."
다시 오타니로부터 안타를 때린 장면 얘기다. 타격폼이 간결해진 것 같은데.
"지난해까지 왼 다리를 크게 들어 내딛는(레그킥) 타법을 썼다. 타구에 많은 힘을 실을 수 있지만 체력이 떨어졌을 땐 유지하기 어려운 폼이다. MLB를 보니 체중이동보다 허리회전을 이용한, 간결하게 스윙하는 타자들이 빠른 공을 잘 치더라. 그래서 폼을 바꿨다."
그렇다면 타격 메커니즘이 확 바뀌는 큰 변화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올해는 내게 정말 중요하다. 지난해(26홈런, 타율 0.290)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려면 슬럼프 기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몸을 다시 만들었고, 폼도 바꿨다. 지금의 스윙에서 큰 타구가 나오기 어렵지만 일단 타구 스피드와 질은 마음에 든다."
황재균은 모든 질문에 씩씩하게 답했다. MLB 재도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무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감 있는 그의 말, 탄력 넘치는 몸, 확 바뀐 타격자세가 대신 말하고 있었다.

피오리아=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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