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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2000년 이전으로 후퇴…한반도 '신냉전'으로 들어서나

중앙일보 2016.02.11 14:08

 
남북관계가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가나.

정부가 10일 발표한 개성공단 중단은 그나마 남아 있던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마저 닫아 버렸다. 중국·러시아에 대북 제재를 요구하면서 정작 한국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2013년 최고존엄 모독을 이유로 134일 동안 근로자를 철수해 일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명맥을 유지했던 개성공단이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의 남북관계라면 개성공단을 중단시켜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복합영농단지, 나선-하산 프로젝트 확대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준비를 해 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 돌아온 것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만큼은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로 당분간은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5·24대북제재조치, 금강산 관광 중단, 민간교류 중단 등으로 남북관계는 일체의 교류가 없어지게 됐다.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북한도 남북 관계 개선에 미련이 없는 모양이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가 지속되고 남북관계마저 지지부진해지자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 한 때 북한은 한·미·일과 관계개선으로 경제발전을 기대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3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이지마 이사오(일본 아베 총리의 특사) 내각관방참여 등을 초청해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했다.

특히 일본과는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체결하는 등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스톡홀름 합의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맞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자 과거 중국·러시아와 동맹을 이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다. 대북 소식통은 “한·미·일과 관계개선을 하려는 움직임에 선군정치를 주도했던 조직지도부의 반발이 컸다”며 “이들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체제유지를 위해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의 핵심으로 북한을 움직이는 기구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건 것은 지난해 12월 11~12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당국회담이었다. 하지만 이 회담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자 북한 내부에서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런 와중에서 김양건 대남비서가 지난해 12월 2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양건은 남북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협상파였다.

그 후임으로 알려진 김영철 비서는 당 국제부장 출신인 김양건과 다른 경력의 소유자다. 김영철은 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남북고위급회담의 대표로 나오기도 했지만 군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영철의 대남비서 발탁은 대화보다는 대결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에서 연간 1억 달러를 벌었다. 만약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북한은 중국·러시아에서 달러를 얻으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10만여명이 취업해해 연간 10억 달러 정도를 벌고 있다.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 정책을 유지하면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에게 큰 타격을 되지 않는다. 류싱(劉星) 중국정법대학 교수는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목표는 핵문제 해결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유지이므로 향후에도 북한의 반복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을 감내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이 개성공단 중단과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가 상호 교환되지 않으면 중국에게만 좋을 일을 시켜주는 꼴이다. 중국 동북 3성은 북한의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이 중국에 더 밀착할 수 있는 경제적 요인이 생겼다. 때문에 북한의 개성공단에 대한 미련은 한국이 생각하는 만큼 없을 수 있다.

미국은 개성공단 중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대 담당 차관보는 “한국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국제사회 입장과 일치한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가까워지는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 등으로 거리가 생기고 다시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남북관계, 소극적인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로 소원해질 한·중 관계 등으로 2000년 이전의 동북아를 희망할 수 있다.

다시 한반도는 ‘신냉전’으로 들어서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갈등을 한반도에서 연장하고 있고 중·러와 미·일이 밀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00년 이전처럼 한국과 북한을 잡아당기고 있다. 중국은 미국처럼 한국을 잡아당기지 않아도 북한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한반도는 2000년부터 16년 동안 화해와 협력이라는 단꿈에서 깨어나 주변 강대국의 현상유지 정책에 따라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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