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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살인 기계… 94살이 되어 법정에 서다

중앙일보 2016.02.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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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 레온 슈바르츠바움이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한 부모님과 삼촌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3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당시를 “살아있는 지옥(living hell)”이라고 기억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힘들어 보였다. 11일(현지시간) 독일 데트몰트시에서 열릴 라인홀드 하닝(94)의 재판자리를 앞둔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하닝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나치 친위대원(SS)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90대에 접어든 나치 친위대원(SS) 4명의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중 하닝의 재판이 이날 가장 먼저 열린다. 그의 죄목은 17만명의 수용자 살해에 가담한 혐의다. 검찰은 그를 “아우슈비츠의 살인 기계(Murder machine)”라고 불렀다. 2차 대전 동안 아우슈비츠에서만 110만명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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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치 친위대원(SS)으로 복무했던 라인홀드 하닝

이날 재판은 3명의 증인과 40여 명의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1943년 1월부터 1944년 6월까지 하닝이 아우슈비츠에서 복무하며 17만 명의 살해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하닝은 18살 때 2차 세계 대전에 참전에 동부유럽 전선에서 싸웠으며 1943년 1월부터 아우슈비츠 관리대원으로 복무했다. 변호인 측은 하닝이 나치의 학살행위에 ‘부속품( accessory)’에 불과했다며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하긴 했지만, 추후 비르케나우의 2번째 아우슈비츠에서는 근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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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아유슈비츠 생존자들. 왼쪽 부터 어나 드 브리스, 변호사 토마스 월더, 저스틴 존더, 레온 슈바르츠바움 [AP=뉴시스]


증인으로 나설 어나 드 브리스(93)는 어머니와 함께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가스실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당시 19살이었던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좁은 곳에 갇혀 가스실에 끌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죽기 전에 태양을 한 번 더 보고 싶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반만 유대인이었던 그녀는 가스실로 끌려가기 직전에 나치가 강제노동형을 결정하며 목숨을 건졌다.

브리스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제 증오는 사라졌지만 이 남자(하닝)를 보면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그곳에서 일하며 협력한 이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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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수용자들의 안경 무덤 [위키피디아 캡처]


베를린에 살고 있는 레온 슈바르츠바움(95)도 발가벗겨져 가스실로 향하던 트럭에 탄 수용자들이 내지르던 비명을 떠올리며 “살아있는 지옥이었다”며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시체를 태우는 곳에서는 굴뚝에 연기가 그칠 날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16살이던 저스틴 존더(90)는 수용소 내 의사가 가스실로 갈지 강제노동을 시킬지 결정하던 순간을 증언했다. 그는 의사에게 매달려 결국 가스실행을 면했다. 존더는 “정의를 구현하는데 늦은 시간은 없다”며 94살의 하닝을 재판에 세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법원은 하닝과 증인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한 사람당 증언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조심스럽게 재판을 진행 할 예정이다. 하닝의 재판 결과는 4월에 나올 예정이다. 역시 나치 대원으로 홀로코스트에 참여했던 다른 2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재판도 이달 말부터 열린다.

독일 법원은 2011년부터 나치의 대량학살에 참여한 이들을 기소하고 있으며 지난해 94살인 아우슈비츠의 장부관리 대원이던 오스카어 그뢰닝에게도 학살 방조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뢰닝은 2차대전 당시 30만 명의 학살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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