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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도 보러왔다…오타니 신드롬

중앙일보 2016.02.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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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팬들에게 한국 롯데 자이언츠와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의 평가전은 그리 흥미로운 대결이 아닐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포츠 콤플렉스에서는 100여 명의 미국 팬들이 한가롭게 아시아 야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 경기는 입장권을 사서 들어온 팬들보다 관계자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이 50여 명, 이 경기를 일본에 중계하는 스태프가 10여 명쯤 됐다. 또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가 50명쯤 됐다.

일본인 기자는 "MLB 30개 구단이 모두 스카우트 1~2명씩을 보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류현진(29·LA 다저스)도 글렌데일에서 개인훈련을 끝내고 이 경기장을 찾았다. 허구연 MLB 해설위원과 염경엽 넥센 감독도 류현진과 함께 관중석에 앉았다. 이날의 주인공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가 만든 이색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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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한국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시속 160㎞ 이상의 강속구를 로켓처럼 발사하고, 포크볼 등 변화구도 화살처럼 정확하게 떨어뜨리는 괴물투수다. 머지 않아 MLB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빅리그 전체가 오타니에게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날 롯데전은 올 시즌 오타니의 첫 실전등판이기 때문에 취재와 스카우트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오타니는 1회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았을 뿐 선발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뽑아내며 무실점했다. 이날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97마일(156㎞)로 기록됐다. 롯데는 주전선수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오타니의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변화구에 속수무책이었다. 0-1로 밀리던 롯데가 9회 말 롯데가 황재균의 3루타와 손용석의 적시타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오타니의 피칭을 지켜본 염 감독은 "20대 초반 나이에 저런 투수가 어디 있나. 세계랭킹 1위 투수"라고 평가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직구 스피드, 제구력, 변화구 구사능력 모두 최고"라고 평가했다. MLB 스카우트들도 오타니의 피칭을 공부하듯 지켜봤다. 오타니가 내려간 뒤 미국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떠날 때마다 일본 기자들이 따라붙어 그들에게 관전 소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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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미국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유는 뛰어난 상품성에 있다. 이미 MLB급 실력을 갖춘 그는 잘생긴 얼굴과 휜칠한 키(1m93㎝)도 돋보인다. 빅리그에 진출한다면 연고지의 일본 시장을 휩쓸 가능성이 높다. 일본 스포니치의 야나기하라 나오유키 기자는 "다나카 마사히로(28·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유(30·텍사스 레인저스)보다 오타니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대가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모든 야구선수들이 그렇듯 오타니에게도 MLB는 꿈의 무대다. 지난 2012년 고교 졸업을 앞두고 오타니는 일본 구단들에게 "날 지명하지 말아달라. 난 MLB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뛸 마음이 없는 자신을 지명했다가 지명권만 날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니혼햄 구단은 지극정성으로 오타니에게 구애했다. 오타니의 희망대로 타자로서도 출전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다 MLB로 가는 편이 성공확률을 높이는 선택이라고 설득했다. 아울러 4년 뒤에는 MLB 진출을 허락하겠다는 밀약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타니가 빠르면 올 시즌 뒤, 늦어도 2~3년 내에 미국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일본 구단들은 오키나와·미야자키 등 자국의 남쪽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니혼햄에게 야구장을 무상대여하자 니혼햄의 캠프지가 바뀐 것이다. 때문에 지난해 이 구장을 썼던 두산이 호주 시드니로 캠프를 옮겨야 했다. 샌디에이고가 니혼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오타니에 대한 포스팅(비공개 입찰)에 대비한 포석이다.

주변이 온통 떠들썩했지만 오타니는 침착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공을 던졌다. 1회 첫 타자 오승택을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그는 중견수 요 다이칸에게 감사표시를 했다. MLB 스카우트들은 이 점도 흥미롭게 봤다. 염 감독은 "야구 잘하고 겸손하기까지 한 선수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오리아=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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