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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 124개 입주기업 “꼭 문 닫는 길 택해야 했나”

중앙일보 2016.02.11 03:11 종합 2면 지면보기

물량을 대부분 개성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공단 폐쇄가 길어지면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 중소업체 관계자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며 당혹스러워했다.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하자 입주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당·정·청 피해보험 5000억 지원
대출상환·세금납부 유예하고
공장 대체부지 제공 방안도 검토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20여 명은 오후 2시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긴급 면담을 했다.

정기섭(SNG 대표)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의 결정은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조치”라며 “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후 입주기업 대표들은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업체 대표는 “꼭 기업들이 문 닫는 길을 택했어야 했나”고 되물었다.

개성공단의 전기·기계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근 남북관계가 나빠져 우리 제품에 대한 해외 바이어의 신뢰도가 많이 하락했다”며 “공단 가동 중단으로 바이어가 이탈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지낸 김기문 로만손 회장은 “특구란 것이 그런 (정치·외교적) 부분의 영향을 안 받기 위해 만든 건데, 이럴 때마다 영향을 받으면 일반 공단과 다를 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입주기업의 피해와 관련해 피해보상보험 5000억원 등을 마련하는 등 범정부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는 국무조정실장이 주관하는 정부합동대책반과 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피해 보상과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입주기업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 만기 연장, 금리 및 수수료 우대 등을 통해 자금 부담을 덜어 준다.

산업은행 등은 ‘개성공단 기업 특별지원반’을 구성해 기업별로 맞춤형 금융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세금 납부 유예,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재정적 지원, 대체부지 제공 등의 방안도 검토된다.

기업들은 124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76개사(61.3%)가 가입한 ‘경협보험’으로도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기업은 사전에 수출입은행에 신고한 시설투자금액(최대 90%, 70억원 한도)을 보상받는다. 하지만 보상금을 받은 뒤 공장 가동이 재개되면 다시 보상금을 돌려주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특히 영업 중단기간의 손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탁세령 수출입은행 남북보험팀장은 “‘개성공단 교역보험’ 등 영업 중단기간의 원자재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 있지만 원하는 업체가 없어 가입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천안함 사건 등이 일어났을 때도 공단을 폐쇄하지 않은 건 경제적 가치를 떠나 공단이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라는 인식 때문”이라며 “여러 정황상 폐쇄 조치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개성공단 기업들은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라고 했다.

이소아·이현택·문희철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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