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영철 처형 열달 만에…김정은 또 군 핵심 숙청 ‘공포정치’

중앙일보 2016.02.11 02:47 종합 6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이달 초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이영길 북한 총참모장(왼쪽)이 2015년 2월 인민군의 화력 연습을 참관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기사 이미지

이명수 인민군 대장

10일 대북 소식통이 전한 북한의 이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의 처형 소식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정은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이 돌연 숙청됐기 때문이다. 처형 시점은 지난 2~3일 전후로 추정된다.

이영길, 이달 초에 처형 가능성
“평소 당 간부 군 요직 기용에 불만
당 쪽에서 불경죄 부각시켜 제거”
미사일 전문가 이명수, 후임 거론

지난해 4월에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전격 처형됐다. 이처럼 연이어 군 수뇌부를 처형한 것은 김정은이 핵심 군 간부조차 믿지 않고 있으며, 공포정치로 군부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영길은 2008년 포병사령부 참모장 때 부대를 현지지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2012년 중부전선을 관할하는 5군단장으로 기용됐고, 이듬해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거쳐 같은 해 8월에는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에 올랐다.

총참모장은 북한 인민군 내에서 총정치국장, 인민무력부장에 이어 서열 3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민무력부장보다 위라는 평가다.

이영길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업무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주불사(斗酒不辭)형으로 간 기능이 악화돼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다.

대북 소식통은 “정통 야전군인 출신인 이영길이 당 간부들의 군 요직 기용에 대해 평소 불만을 표출해 왔으며, 이를 달갑게 보지 않은 당 쪽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경(不敬)죄를 부각시켜 처형 결정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매체들은 통상 큰 행사의 참석자 명단을 소개할 때 인민무력부장 바로 다음에 총참모장을 호명한다.

지난 9일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시 군민경축대회의 주석단에 자리한 인사를 소개하면서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군 총정치국장), 박봉주(내각 총리), 김기남·최태복(당 비서), 박영식(인민무력부장), 이명수(인민군 대장) 등의 순으로 호명했다. 이영길은 빠졌다.

대신 그 자리를 이명수 전 인민보안부장이 차지했다. 이명수로의 교체설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수는 군부의 원로다. 특히 미사일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가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영길의 처형으로 김정은이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피의 숙청’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정은이 권력 전면에 나선 2012년 7월 이후 처형된 고위 간부는 100여 명에 달한다. 반면 주민들에겐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스킨십 정치’를 펼치고 있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 오는 5월 초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절대 권력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고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전수진 기자 ko.soosu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