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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저반사 유리, LED 조명…새옷 입은 박물관들

중앙일보 2016.02.11 01:41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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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들렀다면, 그리고 눈이 밝았다면, 박물관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새해 들어 발해·고려 상설전시관(사진)이 새롭게 단장했다. 예컨대 향·소·부곡(鄕·所·部曲) 코너가 신설됐다. 국사시간에 배웠던, 천민·노비 등 하층민의 집단촌락을 말한다. 그 중 ‘소’는 수공업 특산품을 만들어 관청에 납품했다.

고려실에선 자기를 빚었던 전남 강진 사당리 자기소와 철제품을 만들었던 충북 충주 다인철소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고려의 밑바닥을 지탱했던 사람들에게도 눈길을 돌린 것이다.

화려한 귀족문화를 보여주는 청자와 나전경함이 빠질 수 없고, 투박한 토속문화를 일러주는 철조(鐵造) 아미타불도 추가됐다. 남북 문화재 교류의 상징인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벽돌도 볼 수 있다.

서윤희 학예사는 “전시유물 770여 점 중에서 230여 점을 새로 공개했다”며 “고려시대의 삶과 문화를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관람환경도 눈에 띈다. 올해로 이전 11주년을 맞은 중앙박물관이 ‘새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진열장 유리를 저반사 유리로, 조명도 100% LED 전구로 전면 교체했다. 전시실 전체를 저반사 유리로 꾸민 건 처음이다.

기존에 썼던 일반 유리나 저철분 유리의 경우 가시광선 투과율(두께 1㎝ 기준)이 각각 88%, 91%인 데 비해 저반사 유리는 98~99%에 이른다. 유물의 색감을 보다 원형에 가깝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LED 조명도 효과적이다. 형광등이나 할로겐 조명과 달리 자외선과 적외선이 나오지 않는다. 유물을 변·탈색시키는 자외선은 유물에 가장 해로운 광선으로 꼽혔다. 적외선은 열손상 문제를 일으켰다.

함순섭 학예관은 “지난 5년간 실험을 거듭하며 유리와 조명의 최적 상태를 찾아왔다. 올해에는 조선실, 이후 회화실을 개편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박물관·미술관들도 저반사 유리, LED 조명 도입에 적극적이다.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달 초 ‘조선의 궁궐실’ ‘왕실의 생활실’을 재개관하며 관련 설비를 구비했다. 지난해에는 ‘조선의 국왕실’을 개수(改修)했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도 지난해 조명을 LED로 전면 교체했고, 회화 작품에는 저반사 유리액자를 사용했다. 고궁박물관 노명구 학예관은 “2018년까지 박물관 10개 전시관의 노후시설을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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