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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코브라도 머리 숙인 아잔 스님…“자식보듯 바라보라, 적도 친구 된다”

중앙일보 2016.02.11 01:37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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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간하 스님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일할 때는 우주의 에너지를 함께 쓰게 된다. 그게 ‘다르마(法)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형제나 친척처럼 바라보라. 그럼 코브라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25일 ‘세계명상대전’ 참석 첫 방한
“누구나 마음속 각자 코브라 있어
싫어하는 사람 더 자주 찾아가라
행복은 번뇌에서 와, 피하지 말라”


3일 태국 방콕에 도착해 북동쪽으로 250㎞ 가량 차를 달렸다. 카오 야이 국립공원 옆에 ‘왓 파 삽타위 탐마람’이란 사원이 있었다. 거기서 아잔 간하(66) 스님을 만났다. 그는 태국의 수행자들 사이에서 ‘아라한(깨달음을 이룬 자)’으로 불리기도 하는 인물이다.

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둑어둑했다. 사방이 탁 트인 법당에는 간하 스님과 재가자 20여 명이 법담을 나누고 있었다. 먼저 ‘9m짜리 코브라를 물리쳤다’는 믿기 힘든 일화부터 물었다.

- 9m 코브라를 물리친 게 사실인가.

“하하하. 그게 궁금한가. 9m짜리 코브라는 아니었다. 치앙마이 근처 프레라는 지역의 사찰에 머물 때였다. 제자들 세 명과 둘러앉아 법담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때 큼지막한 킹코브라가 우리 가운데로 스르르 들어왔다. 내가 도망가지 않으니까 제자들도 도망가지 않았다.”

킹코브라의 독은 일반 코브라보다 다소 약하다. 대신 한 번 물 때 쏟아내는 독의 양은 훨씬 많다. 그래서 치사율은 더 높다. 곁에 있던 제자는 “킹코브라 큰 놈은 굵기가 어른 팔뚝만 하다. 길이도 5~6m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킹코브라가 무섭지 않았나.

“무섭지 않았다. 나는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형제나 친척처럼 바라봤다.”

- 그때 킹코브라의 반응은 어땠나.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1분 정도 있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킹코브라의 머리를 ‘톡톡’ 쳤다. 갈 때가 됐으니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가더라.”

현대인은 각박한 일상에서 아군과 적군을 나누며 산다. 저마다 피하고 싶어하는 ‘각자의 코브라’도 있다. 아잔 간하 스님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자주 간다. 그런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가지 않는다. 그걸 뒤집어라. 좋아하는 사람에겐 굳이 안 가도 된다. 대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더 자주 찾아가라. 자식을 보듯이 그를 보라. 그럴수록 내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다 보면 자비심과 동정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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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간하 스님은 수시로 사탕을 한움큼씩 사람들에게 뿌렸다. 그 자체가 베풀라는 메시지였다.

- 누구나 행복한 삶을 갈망한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행복은 번뇌에서 온다. 번뇌를 풀어낼 때 지혜의 힘도 생긴다.”

- 그럼 번뇌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반가운 손님인가. 행복이 거기에서 나오니까.

“그렇다. 번뇌는 반가운 대상이다. 문제를 두려워하면 고통도 피하지 못한다. 문제를 반기면 우리의 고통도 풀 수 있다. 계속 피하기만 하면 코브라의 머리를 만질 수가 없다. 만져보면 알게 된다. 코브라가 코브라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당신을 ‘살아있는 아라한’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은 아라한인가.

“(싱긋이 웃으며)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 다른 사람들이 알지. 그건 닭한테 가서 물어보라.”

곁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재가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아잔 간하 스님 옆에는 사탕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는 그걸 손으로 집어서 사람들에게 뿌렸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사탕이 후두둑 떨어졌다. 폭죽처럼, 꽃비처럼 떨어졌다. 마치 ‘사랑의 폭발’ 이나 ‘자비의 폭발’을 보는 느낌이었다.

- 왜 사탕을 뿌리나. 이렇게 하는 게 태국 불교의 전통인가.

“아니다. 들어온 거라 나눠줄 뿐이다. 사찰에 들어온 모든 것은 다시 신자들에게 나눠준다.”

곁에 앉은 제자는 “사탕을 뿌리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베풀어야 할지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법당에는 태국 신자들뿐 아니라 호주와 영국에서 찾아온 외국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자 품고 있던 ‘행복과 번뇌’를 물었다. 이러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사찰에서는 매일 저녁마다 열렸다. 벽도 없고, 문도 없이 탁 트인 법당으로 누구나 와서 묻고,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었다.

간하 스님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3~4년 다닌 게 전부다. 그는 “내가 열 살 때 큰형님이 돌아가셨다. 그때 출가를 생각했다. 스님이 되면 그런 고통을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잔 간하 스님은 25일부터 3박4일간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는 ‘세계명상대전’에 참석해 명상을 지도한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명상대전조직위 사무국 02- 451- 0203

카오 야이(태국)=글·사진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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