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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끊고 생선만 먹었다” 홀쭉해진 현진

중앙일보 2016.02.11 01:07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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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어깨수술 이후 재활훈련을 해온 류현진은 “올해가 야구인생 2막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LA다저스 스프링캠프장인 글렌데일 카멜백랜치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류현진. [글렌데일=김식 기자]

몸에 힘을 뺀 듯한 부드러운 테이크백 동작은 여전했다. 그가 던진 공은 약 40m를 날아가 트레이너의 글러브에 정확히 꽂혔다.

[김식 기자, 스프링캠프를 가다] 애리조나 글렌데일서 만난 류현진

지난해 5월 어깨수술을 받은 뒤 시즌을 접었던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29). 그의 야구인생 제2막이 열리고 있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다저스 캠프에서 류현진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수술 이후 언론의 접촉을 피했던 류현진은 “지난 10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되는데 올해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LA다저스의 캠프에는 현재 5명 안팎의 선수가 자율훈련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이지만 이달 초부터 글렌데일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몸을 만들고 있다. 체력훈련과 캐치볼을 한 뒤 가끔 하프피칭을 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 던지는 공 하나가 새로운 야구인생의 시구(first pitch)인 까닭이다.

-훈련 상황은 어떤가.

“구단 프로그램에 따라 순리대로 하고 있다. 예년(수술 전) 같은 진도는 아니지만 시즌을 준비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지난해 5월 왼 어깨 와순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아예 2015년 시즌을 접고 2016년을 기다렸다.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의 4월 개막전 복귀를 기대하면서도 그가 재활 훈련을 착실히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류현진은 현재 70% 정도의 힘으로 던지고 있다.

-수술 후 던진 느낌은.

“스피드가 괜찮고, 제구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까지는) 똑같다. 재활 단계를 거치면 3월 시범경기에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구단 지시에 따라 준비하겠다.”

-이렇게 오랫동안 던지지 못한 건 처음인데.

“주위에서 ‘재활훈련이 지루하겠다’, ‘공 던지고 싶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난 그렇지 않았다.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준비했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지난 10년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한걸음 떨어져서 한 번쯤 쉴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10년을 더 던져야 하니까. 지금이 그 시작이다.”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입단했던 2013년 스프링캠프에서는 그가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게 류현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류현진은 식습관부터 바꿨다. 좋아하던 육류 섭취를 줄이고, 생선 위주로 식단을 짰다. 그는 “재활훈련은 견딜 만 했는데 생선은…, 어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을 받은 뒤 통역원인 김태형(40)씨가 류현진의 식단을 엄격하게 통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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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다저스에 부임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오른쪽)과 나란히 선 류현진.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평소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5월에 수술을 한 뒤 몇 달 동안 고기 대신 생선만 먹었다. 덕분에 체중이 7㎏ 이상 빠졌고 체지방률이 낮아졌다. 살이 빠진 대신 근육량이 늘었다. 요즘은 (던지기 위한) 힘이 필요하니까 육식도 병행한다.”

김태형씨는 “류현진이 한동안 흰살 생선과 연어·달걀만 섭취했다. 다저스 입단 후 3년 동안 지금 몸상태가 가장 좋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태형이 형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아침 6시부터 형이 혼자 운동을 하는 통에 나도 자극을 받았다. 나도 따라서 운동했다”며 웃었다.

-야구도 못하고, 햄버거도 못 먹는 동안 무슨 재미로 살았는가.

“다른 사람들 생각과 달리 나는 편안했다. 고등학교(동산고 2학년) 시절 왼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을 할 때는 마음이 급했다. (1년 뒤 프로지명을 받기 위해) 뭔가 보여줘야 했으니까. 이번엔 더 먼 미래를 준비한다고 마음을 먹었더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올해 다저스 감독이 돈 매팅리에서 데이브 로버츠로 바뀌었다.

“메이저리그는 해마다 감독뿐 아니라 선수구성도 많이 달라진다. 아직 선수단이 모이지 않아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4년째지만) 나도 항상 새로 적응해야 한다.”

류현진은 붙임성이 뛰어나 다저스 동료들과 잘 어울렸다. 그의 적응력은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모범답안처럼 여겨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새로 입성한 한국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야구는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 말이 안 통해도 일단 다가가야 한다. 그렇게 적응을 잘하면 야구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왔을 때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비와 타격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병호 형은 뛰어난 홈런 타자이면서도 1루 수비도 좋다. 현수는 타격은 물론이고 외야 수비도 빅리그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 원래 실력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팀에 적응만 잘하면 될 거다.”

류현진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싱글싱글 웃었다. 11일 피오리아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니혼햄 파이터스(일본)와 평가전을 벌인다는 말을 듣고는 “일본 최고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의 피칭을 꼭 보러 가고 싶다”고도 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왼 어깨 통증을 참고 던졌던 그는 고심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어깨 수술을 했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에선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역시 류현진이었다.

글렌데일=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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