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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설날에 생각해본 한국의 효도문화

중앙일보 2016.02.11 00:48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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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설날을 앞두고 한국 친구들과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하는지를 놓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들의 생각을 듣다 보니 갑자기 부모님이 생각나면서 부끄러워졌다. 나와 동생들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 적이 없으며, 드릴 생각조차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우리가 불효를 하는 건지, 아니면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차이일 뿐인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날 밤 이탈리아에 계신 어머님께 전화해서 여쭤봤다. “우리가 용돈을 드리지 않아 섭섭한 적이 있었어요?” 어머니는 “나랑 아빠는 너희에게 돈을 받을 기대를 한 적이 없어 당연히 섭섭해 하지도 않았단다. 만약 돈을 줬어도 받지 않았을 거야”라고 대답하셨다. 지난해 봄, 부모님의 결혼 35주년에 맞춰 파리로 여행을 보내 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도 부모님께서는 사양하셨다.

 우리 부모님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탈리아 부모는 평소 자식들이 용돈을 주길 바라는 마음은 없으며, 다만 꼭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 당연히 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같은 가톨릭 문화권에선 효도와 관련한 거의 유일한 교육이 성경에 나온 십계명 중 넷째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다. 유교 문화권인 한국에선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효를 강조하는 표현이나 관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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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이탈리아는 가족 중심적 문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식 된 도리에 대한 개념은 사뭇 다르다. 두 나라 모두 부모가 자식을 매우 아끼고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문화가 있다. 진학·취직·결혼 같은 자식 인생의 중대사에서 부모 의견이 큰 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부모 자식의 관계, 특히 효도라는 부분에선 매우 다르다. 이탈리아에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편한 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식들이 부모를 대할 때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많은 자녀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않고 때로 예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효도문화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지낸 지 이제 10년째다. 그런 내게 한국의 효도 문화는 아주 새롭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정 부분은 서양에서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모를 어려워하는 분이나 결혼한 뒤 시댁·처가와의 관계에서 효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은 건 문제다. 앞으로 시대 변화에 맞춰 효도 문화의 좋은 점만 부각됐으면 좋겠다.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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