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셀트리온 항체복제약, 20조 미국시장 진출 눈앞

중앙일보 2016.02.11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인체가 암 같은 질병에 걸리면 발병 부위 세포의 단백질은 모양과 구조가 전과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이렇게 달라진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고 달라붙어 ‘요철(凹凸)’ 원리 같은 항체·항원 반응으로 세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의약품을 항체의약품이라 한다.

FDA 관절염자문위 “오리지널 약과 동일 효과”
미국시장 진입은 세계 최초…이르면 4월 시판 허가
“셀트리온, 시장 10% 점유해 매출 연 2조원 가능”

항체의약품은 고도의 생명공학 기술이 필요해 글로벌 제약업계는 이를 최고의 제품으로 친다. 항체의약품 하나만으로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어서다.

국내 셀트리온이 이런 제약사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절염 자문위원회에서 허가를 신청한 모든 적응증에 대해 ‘승인 권고’를 획득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사 이미지

24명 중 21명 ‘승인 권고’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미국식품의약국(FDA) 화이트오크 캠퍼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관절염 자문위원회의 모습. 24명의 위원 중 21명이 셀트리온의 램시마에 대해 ‘승인 권고’ 표를 던졌다. [사진 셀트리온]


자문위는 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FDA 화이트오크 캠퍼스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셀트리온과 FDA의 발표, 대중의견 청취·토론 등을 거쳐 종합 표결을 실시했다.

투표에 참여한 24명의 위원단 중 21명이 램시마에 대해 오리지널 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의 적응증과 동일한 범위로 ‘외삽(extrapolation) 승인’을 권고했다.

‘외삽’은 적응증의 확대 적용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램시마는 류머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성인 궤양성대장염, 소아 및 성인 크론병, 건선, 건선성관절염 등을 치료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자문위원회의 라이런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모든 자료와 의견, 약효를 종합해봤을 때 램시마는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의약품으로 인정받을 만하다”며 “가격 적정성과 환자의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의 결정은 법적 영향력을 갖진 않지만 FDA의 제품 승인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이번 투표 과정에 세계 바이오의약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승인 권고는 램시마의 미국 진출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램시마가 미국 시판 허가를 얻게 되면 세계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미국 시장을 뚫은 첫 번째 제품으로 기록된다.

 
기사 이미지
항체의약품의 미국 시장 진출은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진출과 같다. 미국은 세계 최대 항체의약품 시장으로 램시마 관련 시장만 지난해 기준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10%만 차지해도 연간 2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유럽시장에 진출한 램시마가 3분기에 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미국에서도 10% 수준의 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보험사와 제약사가 약가협상을 통해 약을 선택해 공급하기 때문에 값비싼 오리지널 약품은 특허가 만료되는 순간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신 복제의약품 처방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에 달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가 이미 세계 67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이 바이오 중심지라는 면에서 다른 시장 진출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최근 10년 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10위 목록 중 7개를 차지할 만큼 전 세계 제약기업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사 이미지

이처럼 시장 잠재력이 크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시밀러를 적극 도입해 온 유럽과 달리 미국은 2012년에야 ‘오바마케어(미국 환자보호 및 의료비용 합리화법)’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온 것이다.

셀트리온도 램시마에 대해 2014년 8월 항체 바이오시밀러로는 세계 최초로 허가를 신청했으나 올해 2월 들어서야 자문위원회가 처음 개최됐다.

셀트리온은 이번 자문위의 승인 권고에 따라 이르면 오는 4월 FDA의 램시마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과 약효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내 시판을 얻는 제품은 한국 제약사상 단일 품목으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바이오의약품=유전자재조합·세포융합·세포 배양처럼 생명체 특성을 이용해 제조한 의약품. 화학물질을 합성한 합성의약품보다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고도의 생명공학 기술이 필요하고 분자구조가 복잡해 만들기 어렵다.

◆항체의약품=세포가 암 같은 질병에 걸릴 경우 세포 내 단백질을 활용해 항체를 형성한 뒤 치료하는 의약품. 특정 단백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고 전신에 퍼지는 화학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