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샷법 10대 기업이 혜택? 이미 2중·3중 방지 장치

중앙일보 2016.02.04 03:05 종합 6면 지면보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의 핵심 쟁점은 ‘대기업 특혜론’이다. 원샷법 대상이 되면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위한 기업의 합병과 분할을 쉽게 해주는 특례가 적용된다.

야당 우려 오해와 진실
삼성SDS 합병에 악용설 돌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오히려 지분 팔아

우선 자산 규모 10% 이하의 소규모 사업 부문을 분할할 때는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게 했다.

합병 때도 합병 대가로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일 때만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게 한 현행 상법보다 기준을 완화해 발행주식 총수의 20%까지 특례를 적용한다.

이를 예컨대 삼성그룹 등이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야당은 10대 그룹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걸 명문화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 끝에 기업규모별 제한은 두지 않았다.

그러나 굳이 그런 제한이 없더라도 원샷법을 대기업이 악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논의 과정 등을 통해 2중, 3중의 방지 장치가 마련되면서다.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이 ‘경영권의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의 제공’ 등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샷법 특례 대상으로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된 게 대표적이다.

또 승인했더라도 사후에 이런 목적이 드러나면 지원액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담겼다. 논란 끝에 승인 거부 사유에 일감 몰아주기도 추가됐다.

다른 제약도 많다. 업종 자체를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에 한정했다. 또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4인이 포함된 민관 합동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만 특례 대상이 될 수 있다. 재계에서 “조건이 많이 까다로워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 악용론’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기됐던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11%다. 원샷법이 통과되면 주주총회 없이 합병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전자 지분율을 1%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법 통과를 앞둔 2월 2일 이 부회장은 도리어 삼성SDS 지분을 매각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지분은 9.2%로 낮아졌다. 당장은 지배구조 개편보단 사업구조 개편에 관심이 더 크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안 수정 과정에서 부작용의 소지는 거의 해결됐다고 본다”며 “여야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만큼 빨리 통과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