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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소리 지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

"서울의 소리 지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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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소리 기록하는 사운드 디자이너 전광표

‘또각또각’ ‘뚜걱뚜걱’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한 녹음실에서 전광표(42)씨가 노트북 화면에 띄운 서울 지도의 ‘잠실역’을 클릭했다. “아침 잠실역에서 강남 방향 환승 통로는 이런 소리가 나요.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구두 소리죠.” 곧이어 전씨는 ‘복정역’을 눌렀다. 그러나 컴퓨터에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실로 환승하는 어르신이 많아요. 대부분 운동화를 신고 있어 소리가 안 나죠.”  그는 “소리만 들어도 화이트칼라가 많은지, 일용직이 많은지 등 지역의 색깔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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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씨가 시청역을 클릭했다. ‘타다닥 타다닥’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군대 행진처럼 묵직하게 들려왔다.

“같은 출근길인데 또 달라요. 신기한 것은 잠실이든 시청이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거죠. 출근할 때 우리는 입은 꾹 다물고 발걸음만 빠르게 움직이니까요.”

저녁의 시청역은 아침과는 사뭇 달랐다. 여기저기서 웅성이는 소리, 휴대전화 소리 등이 들렸다. 전씨는 “저녁의 소리는 아침보다 가볍다”며 “지친 일상이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서울 곳곳을 소리로 표현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다. 그가 만든 ‘사운드 맵(Sound Map)’엔 시청역을 비롯해 경동시장·남대문 등 100여 개의 장소가 표시돼 있다. 각 장소를 누를 때마다 전씨가 그곳에서 담아 온 소리들이 나온다. 부숭부숭한 털이 달린 붐 마이크(긴 이동형 마이크)와 휴대용 녹음기를 들고 한 장소에서 한두 시간씩 채집한 소리들이다.

‘경동시장’을 누르자 “세 개, 세 개” “이~천원, 이~천원” 등 일정한 리듬으로 상인들의 외침 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즘 경동시장은 부쩍 젊은 상인이 많아졌어요. 재밌는 것은 일부러 짠 것처럼 음정·박자가 하나도 겹치지 않고 저마다 특색이 있다는 겁니다. 도시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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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가 서울의 소리를 채집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리코딩 엔지니어 일을 하면서 외국에 나갈 일이 많았죠. 자연스레 다른 도시와 서울을 비교하게 됐는데 외국인들이 서울을 ‘빨리빨리’나 ‘빵빵’(경적 소리)으로만 기억하더라고요.”

그는 “모든 장소마다 고유의 소리를 갖고 있다. 서울이 가진 매력을 소리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전씨는 쉬는 날마다 붐 마이크를 들고 나가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서서 서울의 소리를 모았다.

이렇게 모은 소리는 사운드 맵과 석 달에 한 번씩 전씨가 여는 ‘사운드 페스티벌’을 통해 공개된다. 작은 카페를 빌려 20~30명의 사람을 초대해 그가 채집한 소리를 들려준다.

“‘매일 지나치는 곳인데 아침저녁으로 소리가 다른 줄 몰랐다’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외국인들은 주로 ‘보글보글’ 같은 찌개 끓는 소리를 좋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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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서울의 소리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1월 ‘소리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터넷상에서 정해진 루트를 따라 클릭하면 각 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로 하는 서울여행이다.

서촌에서 삼청공원을 지나 옥류정까지의 제1루트, 세운상가와 동대문평화시장을 잇는 제2루트 등 모두 4개의 루트가 있다. 전씨는 “위치기반 서비스로 실제 걸어가며 해당 지역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매력적인 서울의 소리는 뭘까. 전씨가 ‘동대문시장 휘파람 아저씨’라는 파일을 열자 쇠붙이끼리 서로 부딪치는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먼저 나왔다. 이윽고 ‘휘익, 휘이익’ 하는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손수레로 짐을 날라 주는 아저씨의 휘파람 소리다.

“시장 골목이 좁다 보니 앞에 가는 사람들에게 비켜 달라고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저렇게 휘파람을 부는 거죠. 보통은 소리를 지르거나 벨을 설치해 누를 것 같은데 휘파람을 불어요. 참 인간적이지 않나요? 서울은 아직 인간미가 살아 있는 도시라는 얘깁니다.”


◇  기억 찾는 추억의 여행가이드 조한 교수

전씨가 소리를 통해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잡아냈다면 조한(48)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물에 깃든 서울의 기억을 찾아 매력을 알리는 ‘추억의 여행가이드’다. 1960년대 미아동에서 태어나 70년대 압구정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80~90년대 홍익대를 다녔다. 그가 성장하며 겪었던 서울의 역사를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대표적인 예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다.

“처음엔 거대한 ‘수직도시’로 설계됐죠. 그런데 기술력이 부족해 난개발 된 거예요. 80년대는 지상 3~5층에 버스승강장이 있었고 11층까지 극장과 웨딩홀 등 없는 게 없었죠.”  조 교수는 당시 화려했던 터미널이 상징하는 것은 80년대 경제 호황과 서울 올림픽 등에서 비롯된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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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되면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등 난개발의 문제가 드러났죠. 그러면서 3~5층 승강장을 폐쇄한 겁니다.” 그는 “‘하면 된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사회·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했던 서울의 개발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서울의 옛 기억이 쌓인 장소를 찾아 사람들과 공유한다. 강의가 없는 날이면 학생·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골목길로 읽는 서울’ ‘시간의 기찻길’ 같은 투어 프로그램의 가이드로 나선다. 철거 직전의 시범아파트, 가난한 예술가들이 대충 짓고 살던 집들이 모인 ‘서교 365거리’ 같은 곳들이 그의 가이드 리스트에 오른다. 매년 3~4월과 9~10월에는 ‘기억을 담은 서울 답사’를 진행한다. 2013년에는 그동안 발굴한 장소들을 모아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이란 책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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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매력은 세계 몇 번째로 높은 빌딩, 이런 데 있지 않아요. 그런 빌딩은 뉴욕이나 두바이에 흔합니다. 하지만 서울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서울만의 나이테가 있어요. 그런 공간이 진짜 서울의 매력이죠.” 조 교수에겐 그가 몸담고 있는 홍익대 앞 거리도 서울의 대표적인 나이테다. 골목 곳곳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거리에서 번화가가 되기까지의 흔적들이 배어 있다.

“‘서교 365거리’ 같은 곳은 20년 전 홍익대 앞의 흔적을 단단히 지켜내고 있는 곳이죠. 전통과 현대의 공존, 그게 바로 서울의 매력입니다.”

서울 곳곳을 누비며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일까. “함께 답사했던 시민들이 그동안 몰랐던 서울의 모습을 발견할 때죠. 무심코 지나치던 곳에 역사와 스토리가 담기면서 매력적인 장소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많은 서울의 매력을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꼭 알려 주고 싶습니다.”

글=윤석만·김나한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김현동·오상민 기자


◇ 전광표씨가 제작한 서울의 사운드맵

정동 엿장수(중구 정동 30-1)
 
정동길에 호박엿 파는 경상도 말투를 쓰는 엿장수가 있다. 엿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끌과 망치를 사용한다. 엿장수의 손놀림으로 인해 거리에 하나의 음이 생겨났다. 엿치는 속도와 타격으로 일정한 리듬을 만들며 이 엿치는 소리는 홍보 역활을 한다. 정동길의 소리풍경을 만든다. 옛날 엿장수는 가위 소리로  엿장수의 위치를 알렸다. 지금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되었다.

통의 한약국(종로구 통인동 48-6)
 
한약재의 위생적인 보관 방법은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지나 신문지로 습기를 차단했지만 요즘은 약재 비닐째 약장에 넣어 보관 한다고 한다. 들리는 소리는 통의한약국 소리다. 한약을 제조하는 과정을 들려주셨다. 비닐봉투 소리도 들리고 스테인리스에 약재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주말이 되면 가마솥에 약을 달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통의한약국에서 주셨던 쌍화차 향도 기억에 남는다.

1인분5000원(종로구 돈화문로11가길35)
 
생선구이집이다. 종로에는 생선구이 집이 많다. 점심식사로 먹는 생선구이. 여기 생선은 철판위에 굽는다. 철판위에 기름이 고여 고등어가 구어 지는 소리를 낸다.

비빔밥 포장마차(중구 남창동 61-1)
 
남대문 시장에 비빔밥을 파는 포장 마차 안을 지나가면서 소리를 채집.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난다. 여기 비빔밥은 3000원. 가격도 착하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만큼 푸짐하다. 골목을 빠져 나오니까 공간이 바뀐다. 만두파는 가게에서 주문 받는 소리가 들리고 구세군 종소리, 남대문 시장에서 물건 파는 소리가 겹친다. 만두도 반반.치킨도 반반. 짬짜면.

서소문철길(중구 의주로2가 16-3)
 
서소문기차건널목에서는 열차가 지나갈 때 경고 알림소리가 있다. 옛날 소리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이 소리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옛 소리를 찾아 기록해 놓는 것도 사운드오브서울이 해야 하는 소리아카이브 활동이다.

서촌종이컵(종로구 누하동 1-30)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삼디다스를 신고 발로 종이컵을 차며 간다. 종이컵이 골목에 굴러다니는  소리가 여자아이처럼 귀엽다.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트럭이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초등학생은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도 지나간다. 경적소리가 들리고 여러 트럭들이 오가는 사이에 고구마 트럭행상이 천천히 오고 있다.

황학동 팝스(종로구 숭인동 237-4)
 
황학동에 중고LP를 판매하는 레코드가게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분위기를 내는 LP 소리가 도로가로 울려 퍼진다. LP소리가 주는 따뜻함은 우리의 귀를 평온하게 했다. 황학동 시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매력이다.

아빠의 놀이(종로구 경희궁3가길 31-5)
 
경희궁 뒤쪽에 공터가 있다. 어른이 한명이 공터에 바닥에 선을 긋고 있다. 발걸음으로 거리를 재고 바닥에 꼭짓점을 표시하고 대칭이 되도록 크기를 맞추며 그린다. 다른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공놀이를 한다. 선을 긋는 소리, 발걸음, 새울음, 말소리, 공이 튀는 소리 등이 공터의 공간성을 표현해 준다.  건강하고 즐거운 아빠들의 모습의 소리가 들린다.

신세계 이발관(종로구 종로3가 167-3)
 
종로3가의 특징 중에 하나는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 많다. 종묘앞, 종로3가역, 탑골공원 등등이 있다. 이곳 신세계이발관을 주로 이용하는 분들도 노인 분들이다. 여러 명의 이발사가 있고 들어오는 손님은 자연스레 들어와 겉옷을 벗어 벽면에 걸고 빈자리에 앉는다. 이발 가위소리, 이발기, 손님과 나누는 대화, 라디오 소리들이 들린다. 이발 비용은 3500원이고 머리를 감으면 500원을 추가하면 된다.

영신사2(종로구 예지동 164)
 
세운상가에서 예지동을 지나 오면 시계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나온다. 여기에 영신사라는 손목시계 수리점이 있다. 주인 사장님께서 손목시계를 고치는 소리들을 들려주셨다. 정교한 손목시계를 고치는 곳이라 시계를 고치는 소리도 정교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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