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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 못 쓰는 사회, 공무원은 못 쓸까 안 쓸까

중앙일보 2016.02.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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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보장 받은 연가를 다 쓰지 못하는 것은 민간뿐 아니라 공직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공무원은 평균적으로 지난해에 주어진 연가일수의 절반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평균 연가사용률 48.5%… "상사 눈치 보여"
기관장이 독려한 혁신처는 45.5→67.4%로 껑충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공무원 연가사용실태와 사용현황을 분석해 3일 발표했다. 지난해 국가공무원의 일인당 평균 연가일수는 20.6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한 연가일수는 이의 48.5%인 10일에 그쳤다.

50개 부처 중에서 연가사용률(전체 연가 대비 실제 사용일수 비율)이 60%를 넘긴 곳은 ▲인사혁신처(67.4) ▲국가인권위원회(65.5) ▲통계청(61.5) ▲원자력안전위원회(60.8) ▲국민권익위(60.6) 등 5곳뿐이었다.

지난해 연가사용률이 가장 높았던 인사혁신처는 2014년 11월 출범했다. 공공부문 개혁 차원에서 지난 한 해 지난해 공무원연금개혁, 성과 중심의 공무원 인사 강화 등의 과제를 수행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연가를 적극 사용했다. 이전엔 어땠을까. 혁신처 소속 공무원들의 2014년에 연가사용률은 뽑아봤더니 45.5%에 그쳤다. 2014년 국가공무원 전체 평균 연가사용률인 47.3%에도 못 미쳤다.

혁신처에선 연가 사용을 확대된 것은 기관장의 독려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처장은 지난해 내내 "주말에 근무하고, 휴가도 안 쓰는 공무원을 '일 잘 하는 공무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공직사회에 남아 있다. 이는 대단한 착각일 뿐"이란 말을 줄곧 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무원은 일 잘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일 못하는 공무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업무가 과중한 것이라면 조직 내에서 적절하게 업무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지난 연말엔 "나도 연말연시엔 안 나올 테니 직원들도 일주일 이상 연가를 쓰라"고 연가 사용을 권장했다.

혁신처가 지난해 연말 50개 부처 5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가에 대한 인식을 물어봤다. 응답자 중 70%가 "적극적인 연가 사용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72%가 "연가사용은 직무만족도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런 데도 연가사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연가를 안 쓰기보다 못 써서였다.

공무원들은 연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이유로 '과도한 업무량'(35.4%), '상사 눈치보기 등 조직 내 분위기'(30.7%) 등을 꼽았다. 나머지는 '연가를 써도 딱히 할 일이 없어서'(11.6%),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있어서'(8.5%), 기타(13.8%) 등이었다. 경직된 조직문화로 휴가를 '못 쓰는' 공무원이 66.1%나 되는 것이다.

상사에게 눈치가 보여 휴가를 자유롭게 못 쓰는 분위기는 직급이 높을수록 휴가를 적게 쓰는 연가사용 실태로도 확인됐다. 장·차관급 이상인 정무직에선 연가사용률이 24.4%밖에 안 됐다. 이어 고위공무원에선 35.7%, 4급 이상 45%, 5급 이하 49.5% 등 직급이 높아질수록 휴가사용률이 낮았다. 직급이 높을수록 휴가를 안 쓰는 문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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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이은영 복무과장은 "올해는 부처별 인사혁신지수를 도입하고 평가지표 중 하나로 연가사용률을 포함시키는 등 연가사용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연가 사용이 활성화 되려면 제도 도입못지 않게 기관장의 연가 사용 독려 등 조직문화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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