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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포인트로 기부하세요…프로그램 만든 여행사 직원

중앙일보 2016.02.03 03:22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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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등에 쌓인 마일리지를 쉽게 기부하거나 투자할 수는 없을까.” 이 생각이 15년차 베테랑 여행사 직원을 IT 전문가로 바꿔놓았다. 부산에서 하나투어 영업본부 지원팀장으로 일하는 김성수(42·사진)씨 얘기다.

하나투어 김성수씨
크라우드 펀딩 연계 프로그램 개발
삼육대 김현규 교수 도움받아 완성
영어로 논문 써 국제 학술지 게재

김씨는 지난해 소비자가 쇼핑 마일리지를 여러 사람이 자금을 모아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이렇다.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평소처럼 상품을 선택해 결제하면 해당 사이트와 연계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자동 연결된다. 이어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펀딩 사이트에 마일리지 기부 뜻을 밝히면 쇼핑몰 측은 이를 해당 펀딩 사이트에 전달한다.

쇼핑몰·여행사·카드사처럼 소비자에게 마일리지·포인트를 제공하는 곳이면 국내외 어디서든 적용할 수 있다.

김 팀장은 “크라우드 펀딩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쉽게 기부와 투자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만든 건 ‘기부문화 확산’을 고민한 때문이다. 그는 2014년 10월 크라운드펀딩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몇몇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책 읽을 곳이 없는 강원도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짓기’ ‘부산 지체장애인의 생활 편의를 위한 시설 만들기’ …. 하지만 후원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크라우드펀딩은 시민 참여 부족으로 대부분 실패한 사실을 알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마일리지를 기부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쇼핑몰 등이 정한 국가나 단체, 전국적 이슈가 되는 특정 사업에만 기부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씨는 마일리지를 현금 대신 자유롭게 기부하면 시민부담이 줄고 펀딩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곳에 기부하거나 투자할 수는 없을까.”

김씨는 중·고교 동창인 삼육대 컴퓨터공학과 김현규(42)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결국 아이디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 시스템을 특허출원해 곧 등록을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을 논문으로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김 교수 제안에 따라 김씨는 3개월에 걸쳐 영어로 논문을 썼다. 대학에서 영어원서가 많은 서양사를 전공한 데다 영어 독해 동아리를 이끌 정도로 영어실력이 있었던 것이다.

논문 제목은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와 소셜펀딩 프로젝트의 연계’. 그는 지난해 6월 한국정보통신학회가 주최한 말레이시아의 국제미래정보통신기술 컨퍼런스(ICFICE 2015)에서 이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덕분에 논문은 지난달 1일 일본의 국제정보연구소가 발간한 정보저널(Journal of Information) 등에 실렸다. 김씨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 팀장은 2일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기부·투자할 수 있으면 기부단체나 기업체의 후원·투자금 모금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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