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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카터처럼…크루즈, 99개 카운티 발로 뛰어 승리

중앙일보 2016.02.03 02:48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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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뒤엎고 1위에 오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디모인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에 가려 있던 미국 공화당의 강경 보수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바람을 막았다.

트럼프의 화려한 여론전 눌러
쿠바 이민 2세대…목사 아들
유세마다 성경 언급 ‘십자군 보수’
크루즈 “용기 있는 보수의 승리”


이날 ‘테드’ ‘테드’라는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축하 행사장에 나타난 크루즈는 “오늘 밤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용기 있는 보수주의자들의 승리”라며 “언론, 워싱턴 정치, 로비스트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아이오와 주민들이 선택을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선 전날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의 공화당 승자는 트럼프였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이오와주 경선 승리를 예측했던 ‘족집게’ 디모인 레지스터는 크루즈가 트럼프에게 5%포인트 차로 뒤지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크루즈는 1일 개표 중반 이후 계속 앞서 나가며 승리를 거뒀다.

크루즈의 승리를 만든 동인은 아이오와주에 조직과 자금을 총동원해 바닥을 훑는 지상전 전략이다. 그는 여야 후보를 통틀어 유일하게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를 모두 찾았고 1681개 기초 선거구 중 1530곳에 조직책을 두는 거미줄 조직망으로 표심을 챙겼다.

CNN은 “1만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주 전역을 돌았고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디모인 공항 근처의 기숙사에서 함께 기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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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트럼프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여론전에 주력했던 것과 정반대다. 화려했던 트럼프의 고공전은 1976년 아이오와주에서 무명의 지미 카터가 승리를 거머쥐었던 전통적인 방식에 결국 패배했다.

또 쿠바 출신인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크루즈의 ‘신심 마케팅’도 보수 복음주의자가 많은 아이오와 정서에 먹혀들었다.

지난달 30일 에임스에서 열린 크루즈의 유세장을 찾은 청년 맥스웰 레이먼은 “크루즈는 진짜 크리스천”이라며 “이 나라를 바꾸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믿음”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970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태어나 미국 본토 출생이 아닌 크루즈가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출생 논란을 제기했지만 크루즈 의원이 깔아 놓은 바닥 지지세를 깨지는 못했다. 크루즈는 당시 어머니가 미국인이어서 캐나다와 미국 국적을 동시에 취득했다.

크루즈는 이민 2세대로 프린스턴대·하버드법대를 졸업한 뒤 텍사스주 법무차관을 거쳐 상원의원에 오른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그런 그를 일부 미국 언론은 ‘십자군 보수’로 칭한다. 유세 때마다 성경을 언급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되돌리겠다”고 공언하며 공화당 지도부의 타협 움직임엔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안에 반대하는 의사진행 방해연설(필리버스터)을 21시간 넘게 하며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결국 새해 예산안 처리가 무산돼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초래한 주역이 됐다.

또 같은 당 소속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거짓말쟁이”로 공격하는 등 당내에선 외톨이다. 이 때문에 ‘마이 웨이’ 트럼프를 대신해 강성 크루즈 의원이 등장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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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아이오와주 승리로 9일 열리는 뉴햄프셔주 경선에서도 동력을 확보했다. 크루즈는 2일 곧바로 뉴햄프셔주 유세를 시작했다.

디모인(아이오와주)=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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