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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왕좌에 오르다 …세계 최대 시총 기업 등극

중앙일보 2016.02.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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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구글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왕좌에 올랐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밟던 청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8년 공동 창업한 이래 18년 만이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애플의 천하는 5년을 가지 못했다. 애플은 2011년 석유공룡 ‘엑슨모빌’을 누르고 시총 1위에 등극한지 5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왔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9% 이상 급등했다. 현지 언론들은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약 5680억달러에 달해 애플의 535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213억 달러의 매출을, 연간으로는 750억 달러(약 9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연간 영업수익은 199억 달러(약 24조원)였다.

알파벳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핵심사업인 구글의 매출은 14%, 영업수익은 23% 증가했다. 모바일 검색과 유튜브의 광고 수입이 효자 노릇을 했다.

이것만으론 '구글 천하'가 설명이 안 된다. 애플의 분기(2015년 10~12월) 매출만 해도 759억 달러로 알파벳의 1년치를 넘는다. 분기 순이익도 184억 달러나 된다.

관전 포인트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매출과 이익이 구글보다 세배 이상 많지만, 투자자들은 과거 실적보다 미래 전망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선택 동기는 수치로 간단히 입증된다. 애플은 이번 분기(1~3월)에 대략 마이너스 10%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알파벳 매출은 올해 16% 증가할 전망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게 됐을까. 표면적으로는 애플의 주력사업인 아이폰의 부진이다. 샤오미를 비롯한 스마트폰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셌고, 애플의 독무대였던 중국과 신흥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본질은 사업모델의 차이다. 애플은 앱 개발자와 사용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 폐쇄적 생태계였다. 그 생태계를 활용해 프리미엄 하드웨어인 아이폰을 파는 전략이었다.

구글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판다. 구글은 ‘공짜’ 전략으로 생태계의 벽을 아예 허물었다. 구글 검색과 지도, G메일, 유튜브 등은 모두 공짜다. 문을 열어젖히고 이용자들을 ‘광장’으로 모은 뒤 거기서 광고를 팔았다. 급성장중인 페이스북도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애플은 최근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얼마 전 실적 발표 때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10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가 애플의 서비스와 연결돼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드웨어가 부진하다고 해서 애플의 미래가 어둡지는 않다는 선전 전술이다.
그러나 구글에 비할 바가 안 된다. 구글은 이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서비스가 6개나 된다. 검색, 지도, 유튜브, G메일, 크롬,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등이다. 서비스 이용 규모에서 구글과 애플은 6대 1의 싸움인 셈이다.

순다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의 사업은 언제 어디서나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사업분야에서 기술적 강점을 확보하고 ‘문젯거리(big problems)’를 해결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알파벳의 미래사업인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은 지난해 약 36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약 4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년과 비교하면 37%가 늘었다. 시장이 알파벳의 미래를 후하게 보는 또 다른 이유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김현예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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