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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수출, 금융위기 후 최대 낙폭…제조업·IT 융합 서둘러라

중앙일보 2016.02.02 02:55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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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가 1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유 부총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시스]

“이것 참….” 새해 첫 달 ‘수출 성적표’를 받아 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반응은 탄식이었다.

1월 수출 전년 대비 -18.5% 쇼크
신흥시장 구매력 줄고 덤핑경쟁
OLED·화장품 빼고 줄줄이 하락
유일호 “정부가 일할 기회 달라”
구조개혁 법안 신속 처리 요구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36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8.5%가 줄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있었던 2009년 8월(-20.9%) 이후 6년5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말 그대로 ‘수출 쇼크’다.

정부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조금씩 회복되며 수출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출발선부터 빗나갔다. 오히려 상황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을 갉아먹은 ‘저(低)유가’ 외에 우려했던 여러 악재들이 동시에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중동·아세안 등 신흥시장이 흔들리며 수출 수요는 빠르게 줄고 있다. 여기에 기존 주력 품목은 공급과잉에 덤핑 경쟁이 일어나면서 수출 단가마저 급락하고 있다.

우선 13대 주력 품목 수출액이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유가 하락에 석유화학(-18.8%)·석유제품(-35.6%)이 부진한 건 어쩔 수 없다. 지난해 1월 배럴당 46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올해 1월 27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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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차가 -21.5% 실적을 보인 것을 비롯해 ▶휴대전화(-7.3%) ▶반도체(-13.7%) ▶디스플레이(-30.8%) ▶선박(-32.3%) ▶철강(-19.9%) 역시 줄줄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20~30%씩 줄었다. 중국은 성장 둔화로, 러시아·브라질·아세안 등 신흥시장은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에 구매력을 잃으면서다.

1월 수출 실적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개혁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등’이다. 경쟁력을 잃은 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으로 환부를 도려내고 혁신 기업과 서비스 산업 등에서 새살이 빨리 돋아날 수 있도록 하는 근본 처방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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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산업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와중에서도 중국 내수 시장을 뚫은 화장품(2.1%)의 수출은 약진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술력 격차를 유지한 OLED(8.7%) 역시 선전을 이어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 기존 주력 산업은 정보기술(IT) 서비스와 융합해 혁신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날 관계부처 합동 담화를 통해 국회에 장기간 계류 중인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서비스산업발전법·노동개혁법 등 구조 개혁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유 부총리는 “더 이상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마음껏 일한 후 결과로 평가받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세마저 꺾이는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경기 보완책도 다듬고 있다. 3일 발표될 대책에는 재정을 당겨쓰는 조기집행 규모 확대, 소비 촉진책 등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재정 실탄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으로 ‘지원사격’에 나설지에 모이고 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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