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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000만원 안 내고 버티기 20년, 50억 건물 공매에 '백기'

중앙일보 2016.02.02 02:18 종합 16면 지면보기
230억원. 지난해 강남구청이 징수한 체납 지방세 총액이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가장 적은 금천구(30억원)의 약 8배에 달한다.

강남·서초·송파 작년 460억 추징
유산 다투느라 10년 미룬 자녀
대출제한 등 불이익 주자 완납
7억 체납자 출국금지에도 배짱
결국 강제 공매로 모두 징수

“부자가 많아 고액 체납금도 많다”고 하소연하는 강남구청은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2014년 10월 ‘38체납기동대’를 만들었다. ‘38’은 납세의 의무가 담긴 헌법 조항이 제38조라는 점에 착안해 이름에 넣었다.

서초구청과 송파구청도 사정이 비슷하다.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어 지난해 각각 120억원, 108억원을 거둬들였다. 이 같은 전담 조직의 직원들은 세금을 받기 힘든 유형의 주민들을 크게 무책임형·생떼형·뻔뻔형으로 분류한다. 이들의 행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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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형=송파구 풍납동의 상가 건물주 A씨는 10년째 세금을 내지 않았다. 밀린 재산세만 1억8000만원에 달했다. 구청에서 아무리 고지해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참다 못한 송파구청은 현장 조사를 나갔다가 A씨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녀들이 유산상속을 두고 다투느라 그의 사망신고를 미룬 탓이었다.

이명열 송파구청 38세금징수팀장은 “유산상속 때문에 몇 년간 어머니의 사망신고까지 미루다니 기가 찼다”면서 “곧바로 자녀들을 납세의무자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유산상속에 골몰한 자녀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송파구청은 이들의 체납 사실을 금융기관에 알려 대출 제한 등 여러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말 밀린 세금을 거의 다 냈다.

◆생떼형=서초구 반포동의 건물주 B씨는 20여 년 전 사들인 상가 건물에 대한 재산세 1억6000만원을 내지 않고 버텼다. B씨가 50억원 안팎의 가치를 가진 건물의 주인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상훈 서초구청 구세체납징수팀장은 “재산세는 안 내면 매달 1.2%가량의 가산금이 붙지만 처음 체납한 시점부터 5년이 넘으면 가산금이 더 이상 추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런 점을 악용해 체납금을 안 내고 버텼다. B씨는 서초구청에서 세금 납부를 위한 대출을 권해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세금을 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라니 왜 이렇게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드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결국 서초구청이 건물에 대한 강제 공매에 나서자 20년간 버티던 B씨는 석 달 만에 손을 들었다. 이 팀장은 “B씨가 체납금 6800만원을 냈다. 잔여분도 곧 어떻게든 받아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뻔뻔형=강남구 청담동 등에 건물을 소유한 C씨(52)가 체납한 재산세는 약 7억원이었다. 강남구청은 그를 ‘악성 체납자’로 분류해 법무부에 출국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C씨는 되레 ‘도피할 우려가 없는데 출국까지 막은 건 부당하다’며 구청에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했다.

송필석 강남구청 세무관리과장은 “고액 탈세자가 당당하게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해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C씨는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아들을 데리고 출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체납금의 일부(2300만원)를 납부했다. 분납계획서도 제출했다. 강남구청은 인도적 차원에서 출국금지를 해제시켜 줬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 다녀온 뒤 태도를 바꾸며 납부를 미뤘다. 강남구청은 그가 소유한 건물을 공매에 넘겨 체납금을 징수했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는 서울시민이 2000명(2015년 말 기준)이 넘는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상습 체납자들의 재산은닉 방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현재 5000만원 이상 체납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출국금지의 기준을 낮추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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