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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넘은 늦깎이 대학원 삼총사, 나란히 석사모 쓴다

중앙일보 2016.02.02 01:28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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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분희, 강통자, 이유순.

70~80대 할머니 ‘3인방’이 나란히 늦깎이 석사모를 쓰게 됐다.

남서울대 이분희·강통자·이유순씨
서울서 천안까지 통학 2년간 개근
“내친 김에 박사과정 도전하고 싶어”

이분희(82·서울 강남구 대치동)·강통자(76·경기도 양주시 은현면)·이유순(72·서울 중랑구 면목동) 할머니가 그 주인공으로 오는 4일 충남 천안의 남서울대 2015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들은 평생교육기관인 서울 진형중·고교를 졸업하고 학점은행제 학사과정을 거쳐 2013년 남서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세 할머니는 2년 여 동안 단 한 번도 수업을 빼먹지 않았다. 침침한 눈에도 돋보기를 써가며 맨 앞에 앉아 수업을 들었고 시험기간엔 며칠씩 책상 앞에 앉아 스터디를 하고 정보도 공유했다. 이 덕에 세 할머니는 학기마다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았다.

이유순 할머니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학교 측의 배려를 받으며 학위를 받고 싶지 않았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손자·손녀들에게 당당하게 졸업장을 보여주고 싶어 공부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사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학기 중이면 일주일에 2~3번씩 있는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경기 지역에서 새벽 전철을 타고 천안까지 통학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 무뎌진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며칠씩 애를 먹기도 했다. 강통자 할머니는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어려운 말도 많아 남들보다 서너배는 공부해야 시험장에서 답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2008년 고교 과정 중 담석증을 앓아 수술을 받은 이분희 할머니는 대학원 공부를 하는 동안 큰 병치레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아프지말라고 아우(유순 할머니)가 오갈피 물도 달여주고 밤·고구마 같은 간식도 챙겨준 덕에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양보했거나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학교를 못 다녔다. 그래선지 석사 학위를 받게되자 이구동성으로 “이제야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늦깎이 졸업생이지만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유순 할머니는 “지금도 동네 복지관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내친 김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에 도전해 복지관련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서울대는 학위수여식 때 세 할머니에게 특별상인 ‘시니어 리더상’을 수여키로 했다.

천안=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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