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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인생2막 ‘사회적 경제’ 참여로 보람있게

중앙일보 2016.02.02 00:05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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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희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 이사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고령화가 빨리 되고 있는 한국에서 700만 베이비붐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일자리’다. 평균 퇴직 연령인 53세부터 완전 은퇴 연령인 72세까지 20년 동안, 중장년층이 어떤 일을 하느냐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차대한 문제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삶은 주로 창업, 창직, 취업에서 프리랜서까지 영리 활동에 집중되지만 창업 성공 확률은 매우 낮고, 취업도 쉽지 않다. 취업에 성공해도 수입과 노동의 질이 은퇴 전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생 후반의 커리어 전환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 활동을 권유해 보고 싶다. ‘사회적 경제’란 이윤 극대화 대신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 활동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같은 형태가 대표적이며, 실업·고용·지역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일조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 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국내 사회적 기업은 1506개이며, 문화·예술,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시장주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스웨덴과 같은 선진 유럽의 경우, 사회적 경제가 GDP의 10%, 고용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재 GDP의 1%도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성장 잠재력도 크고 사회적 경제의 성장을 위한 인재 풀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고학력 1세대이자 전문성과 네트워크까지 갖춘 베이비붐 세대는 일자리 취약 계층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을 이끌 주요 자산인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경제가 베이비붐 세대에게 많은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과제도 있다. 첫째,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 최소화이다.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기업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수십 년 직장 생활에서 비롯된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현장체험 위주의 커리큘럼 도입이다. 지난해 로버트 드니로의 영화 ‘인턴’처럼 국내 일부 사회적 기업이 이론 교육과 ‘시니어 인턴십’을 거쳐 정식 직원을 채용한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필자가 속한 협동조합에서도 실제 이 커리큘럼 운영에 참여한 바 있다. 셋째, 베이비붐 세대의 형편에 따라 사회적기업가 MBA과정과 같은 리더급 양성에서부터 취업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교육 방안이 필요하다. 몇 년 전 카이스트와 SK그룹이 공동으로 사회적기업가 MBA과정을 신설한 것은 의미가 깊다 하겠다.

베이비붐 세대가 커리어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를 통한 자신의 가치 추구 성향 파악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적 경제 활동 참여가 ‘일자리’ 확보 차원을 넘어 인생 후반의 ‘조화롭고 보람 있는 삶’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김만희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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