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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롯데 3개 계열사가 한국 롯데 지배의 정점

중앙일보 2016.02.02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의 지분 구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공개됐다.

공정위 “허위 자료 제출 곧 제재”
롯데 “고의성 없어, 경영분리 때문”

1일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는 일본의 광윤사와 패밀리, 롯데그린서비스였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광윤사가 89.6%, (주)패밀리 20%, 롯데그린서비스 30.1%다.

이 3개 회사가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L1~12 투자회사를 통해 한국의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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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 기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갖고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은 2.4%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일본 계열사들은 한국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등의 주식을 50% 이상 갖고 있었다. 일본에 있는 롯데 계열사는 모두 36개사로 나타났다.

대부분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갖고 있었지만 광윤사만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올라 있었다. 프로야구 구단인 지바롯데마린스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공동 대표였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총수 일가는 광윤사 등을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는 다시 다른 일본 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같은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롯데 86개 국내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 4조3708억원 가운데 해외 계열사가 소유한 주식 규모는 9899억원(액면가 기준)으로 22.7%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번 지분 공개와 함께 신 총괄회장과 호텔롯데 등 11개 롯데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제재 절차에 들어간다.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다.

곽 국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내고, 주식 소유 현황을 허위 신고·공시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처벌 수위는 ‘고의성’에 달렸다. 공정위는 롯데를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를 거친 다음 전원회의나 소회의에 상정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고의로 자료를 허위 제출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검찰 고발 같은 형사 처벌 수순을 밟는다. 공정거래법상 처벌 수위는 개인·법인당 최대 벌금 1억원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일본 롯데 계열사 자료 제출이 미진했던 부분은 한·일 롯데 (분리) 경영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고의성이 없었다”며 “앞으로 추가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상반기 내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장기적으로 일본 롯데 상장도 추진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한국 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정위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 중심에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일본 계열사 지분을 각각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발표하지 않았다.

곽 국장은 “해외 계열사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의거해 공개해야 하는데 개인정보나 영업 비밀은 공개할 수 없도록 (법률에) 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롯데 해외 계열사 논란을 계기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처벌 수준을 현행 최고 1억원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으로 높이고 해외 계열사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공정위가 별도로 요청할 때만 대기업 집단에서 해외 계열사 자료를 제출했으며 반드시 공시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위에서 검찰 고발을 하고 처벌을 하더라도 최고 수위가 벌금 1억원에 불과하며 추후 법을 개정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롯데가 소유·출자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바꾸도록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이소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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