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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눈이 돈이다…눈에 눈뜬 일본 오지 마을

중앙일보 2016.02.02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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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 오지 시라카와고(白川鄕)에 몰려든 대만·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관광객. 교통 오지여서 인적이 드물었지만 교통요금을 할인해 접근성을 높이자 눈 체험을 하려는 외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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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겨울이 되면 눈으로 절경을 이루는 곳이 많다. 해발 3000m가 넘는 산이 즐비한 일본 알프스엔 쌓인 눈이 5월까지 녹지 않는다. 1년의 절반이 설국(雪國)이다.

북적이는 산골 온천 다카야마
눈길 트레킹 등 새 관광상품 개발
프리패스 하나로 대중교통 이용
관광정보는 12개국 언어로 소개
유커·동남아인 눈속 체험에 열광
방문객수 2년 새 15만 → 35만으로

주변에는 양질의 온천도 많다. 일본 중서부 알프스 남쪽 자락에 위치한 오쿠히다(奧飛?) 온천마을이 대표적이다. 전통 료칸(旅館) 130여 곳이 몰려 있는 오쿠히다는 기후(岐阜)현의 중심도시 다카야마(高山)의 옛지명이다. 예로부터 용출량이 많아 정상급 온천지역으로 꼽힌다. 해발 1000m에 이르지만 섭씨 50℃가량의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넘쳐 흐른다.

하지만 관광객의 발길은 좀처럼 닿기 쉽지 않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산간 오지 오쿠히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거리면서다. 그 비결은 뜻밖에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관광입국 정책에 있었다.

아베는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비전 구상회의’의 수장으로, 일본 관광진흥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베는 2013년 관광을 미래의 공해 없는 먹거리 산업으로 지목한 뒤 2020년까지 2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해외홍보 강화를 통해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왔다.

이에 힘입어 일본은 지난해 전년보다 47% 증가한 1974만 명을 유치했다. 애초 예상보다 5년 앞당겨 목표치에 근접했다는 얘기다. 이들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쓴 돈은 3조4771억 엔(약 36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유치 목표는 다시 3000만 명으로 확대됐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에서 2008년부터 일본을 앞질러 왔던 한국은 지난해 1323만 명 유치에 그치면서 7년만에 일본에 역전당했다. 오쿠히다에서 그 비결을 파헤쳐봤다. 싸구려 관광이 판치고 서울에만 머물다 가는 한국 관광에 던지는 충격과 시사점이 크다.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국가적 총력전이었다. 엔화 약세가 한몫 했지만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핵심 원동력은 치밀하고 적극적인 유치 전략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오쿠히다를 중심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白川鄕)와 ‘리틀 교토’를 끼고 있는 다카야마의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15만1000명에서 지난해 35만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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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부지방 북알프스에서 동남아 관광객이 2200엔을 주고 로프웨이를 타고 온 뒤 다시 4000엔을 내고 1.5㎞ 코스의 눈길 트레킹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치 목표를 세우면서 산간 오지를 주목했다. 제발로 찾아오는 대도시보다는 산간 오지로 관광객을 이끌어들여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다.

이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는 외국 관광회사를 잇따라 초청해 상품 체험회를 열면서 전략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모두 완화했다. 요금 규제를 완화해 오지의 아킬레스건인 교통 편의부터 강화했다.

일본 중부지역 운송 대기업인 메이테스(名鐵)는 1만1160엔짜리 버스요금을 7000엔으로 낮춰 3일간 사용하는 프리패스를 개발했다. 프리패스 한 장이면 나고야 중부공항에서 다카야마~시라카와고~가나자와~도야마를 운행하는 논스톱 고속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는 국제화를 강화했다. 다카야마 시청 홈페이지에서 관광정보는 12개 언어로 소개된다. 2014년 8월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시내에 와이파이를 깔아줬다. ‘슬로우 라이프’에 익숙한 료칸에도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고려해 와이파이가 속속 개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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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내려온 료칸 호다카(穗高)의 니바리 히로시(新張洋·57)는 “원활한 고객 서비스를 위해 전통을 깨고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외국인(한국인) 종업원도 채용했다”고 말했다.

자연을 활용한 오지 관광은 버블경제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던 스키장을 캐시카우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눈길 트레킹이 대표적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중국의 유커(遊客)는 물론이고 대만·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관광객에겐 환상적인 체험이기 때문이다.

로프웨이를 타는 데 2200엔과 스노슈를 신고 하는 트레킹 체험에 4000엔이 들지만 정상에서 절경을 즐기려는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의 과감한 면세 정책은 산골 오지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산악 트레킹을 체험하고 료칸으로 돌아와 매점에서 사케(일본 청주)를 구매하면 즉석에서 사전 면세를 받는다. 일부러 면세점에 가야 하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의성이 높다. 소비세가 물건 값의 8%라 고객에겐 ‘득템(좋은 물건을 손에 넣는다는 의미)’하는 느낌을 준다.

조태숙 서울시관광협회 국외위원장은 “우리도 지역마다 특색 있는 한국 특유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야마(기후현)=글·사진 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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