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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맡은 '헤지펀드', 위안화를 잡아 먹을까

중앙일보 2016.02.01 18:40
홍콩 외환시장에서는 오후 3시가 되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가 지속하면 이맘때쯤 달러 폭탄을 터뜨린다. 위안화 값 하락에 베팅한 투기 세력에 한 방 먹이기 위한 시장 개입이다. 홍콩은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이다.

그런데 1일 홍콩 외환시장은 장 초반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오전부터 달러 폭탄이 투하됐다. 하루 종일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위안화 값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 6시40분 달러당 6.5933위안에 머물던 위안화 값은 오전 9시50분 6.6091위안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46분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위안화 값은 달러당 6.5961위안까지 올랐다. 위안화 값은 이날 오후 5시 달러 당 6.6067위안으로 다시 내려왔다. 전투는 치열했지만 전세는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팽팽한 형국이었다. 그만큼 인민은행과 맞서는 상대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누가 세계 2위 강대국의 중앙은행과 한 판 대결을 벌이는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의미심장한 보도를 했다. “월가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 표현은 점잖게 월가(wall street)라고 했지만 정체는 헤지펀드다.

중국은 지난달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을 동원해 헤지펀드의 제왕인 조지 소로스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위안화와 홍콩 달러에 대한 투기 공격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전을 선포했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필요할 때마다 달러 폭탄을 투하해 시중의 위안화를 빨아들였다. 위안화가 사라지며 홍콩 은행간 하루 짜리 초단기 대출금리가 66%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하지만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헤지펀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헤지펀드 무리가 위안화와 홍콩달러를 잡아 먹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 들고 있다.

월가의 큰 손 중 하나인 카일 바스가 이끄는 헤이먼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이미 풀 베팅에 나섰다. 헤이먼 캐피탈은 주식과 채권ㆍ원자재 등의 자산을 모두 팔아 치우고 조달한 자금의 85% 가량을 위안화와 홍콩 달러의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중국판 '빅쇼트'다.

카일 바스는 “앞으로 3년 안에 위안화 가치가 4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판단의 근거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국 시중은행의 부실 여신이다. 인민은행이 이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나서게 되면 위안화 약세를 피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이미 짭짤한 수익을 올린 곳도 있다. 소로스의 친구들이다.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이끌었던 자크 슈라이버의 헤지펀드인 포인티드 스테이트 캐피탈은 위안화 약세에 베팅해 지난해 15%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인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끄는 그린라이트캐피털도 위안화 하락에 베팅 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투기 세력은 연일 장군과 멍군을 주고 받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위안화와 홍콩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의 공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는 이미 본격화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1월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4로 6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았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이신 제조업 PMI 지수도 48.4에 그쳤다.

나티시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샤 가르시아 헤레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환율 방어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상황이 겉보기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빠져나간 외화만 1조 달러나 된다.

WSJ은 “시장이 정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방어하려는 시도는 (헤지펀드)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자본 통제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테판 젠은 “자국민에게 강력한 자본 통제를 적용한 중국이 외국인에게도 강경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헤지펀드=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들의 목돈을 모아 주식·채권·외환·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교차투자해 전체 위험 수준을 낮추는 펀드. 헤지(Hedge)는 양을 지키기 위해 친 울타리란 의미였다. 1946년 미국 저널리스트 겸 펀드매니저였던 알프레드 존스가 처음 헤지펀드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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