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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e 판결] 다시 난민인정 심사 받게 된 파키스탄 어린이 깔룸

중앙일보 2016.02.01 10:39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파키스탄 어린이 아흐메드 깔룸(13·가명)은 다시 한 번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깔룸 군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파키스탄 출신인 깔룸은 2010년 1월 부모와 함께 단기방문 체류자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같은 해 6월 '동반체류' 자격으로 변경해 살다가 체류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2012년 9월 부모와 함께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는 깔룸의 아버지만을 면접심사한 뒤 2014년 3월 가족 전원에 대해 난민 불인정 처분을 내렸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기독교로 개종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깔룸 아버지의 주장을 출입국관리소가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자 깔룸은 “어머니와 나에 대해선 면접이나 사실조사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이의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장관은 이를 기각하면서 “다만 인도적 측면을 고려한다”며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했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에 해당하진 않지만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등’의 상황에 놓여 있어 자신의 나라로 귀국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체류를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당사자 면접도 없이 난민 불인정 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원고는 당시 만 11세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 면접이 가능했고 부모를 면접했다는 이유로 미성년 자녀의 면접을 생략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류 심사만으로 이 사건을 처분한 것은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판사는 “아버지가 종교를 개종한 것이 진정성이 없다거나 박해받은 사실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미성년자인 깔룸에게는 박해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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