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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환승관광, 밀입국 통로 악용

중앙일보 2016.02.01 02:58 종합 3면 지면보기
지난달 21일 밀입국했다가 체포된 중국인 허모(31) 부부는 애초 ‘환승관광’을 통한 밀입국을 계획했다.

심사 간단, 72시간 국내 여행 가능
정부 “고위험 환승객 관리 추진”

환승관광이란 인천공항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가는 외국인 환승객들이 비자 없이 국내에서 72시간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제도로 정부가 관광 수입 증대를 위해 2013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의 국민은 자국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한국 비자를 받아야만 입국할 수 있다. 하지만 환승관광을 이용하면 비자 없이도 한국에 들어올 수 있어 이들 부부도 이를 한국행 통로로 선택한 것이다.

물론 환승관광객도 기본적인 입국 심사를 거친다. 하지만 심사가 까다롭지는 않다.

이들 부부는 입국 심사 과정에서 한국 관광 기간 중 어디에서 숙박할 거냐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해 입국이 거절됐다. 일반적으로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안만 준비하면 입국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공항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단 한국에 들어오면 감시요원이 붙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도만 있으면 밀입국이 가능하다. 문제는 정부가 환승관광을 더욱 늘릴 계획이어서 앞으로 환승관광이 밀입국의 통로로 악용되는 경우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인천공항과 공동으로 ‘환승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최대 3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관광과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통해 2020년까지 환승객을 1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무비자 입국은 이미 밀입국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무비자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은 지난해 62만9724명인데 이 중 4353명이 무단 이탈했다.

정부는 환승객 문제와 관련, “철저한 사전정보 분석을 통해 불법 입국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환승객을 선별하고, 항공사 관계자가 환승장까지 안내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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