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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대물림 1세대 만 에 36 → 51%…수저 계급론 사실이네

중앙일보 2016.02.01 02:37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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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모 자산운용사 대표를 지낸 최모(56·서울 서초구)씨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아버지는 태어나기도 전에 행방불명됐고 어머니는 최씨가 여덟 살 되던 해 재혼을 하면서 그를 떠났다.

보사연, 학력·직업·계층 세대별 분석
아버지·아들 모두 대졸 이상 비율
3세대 동안 64 → 80 → 90%로 늘어
학력 차 줄었지만 고학력 세습 심화
단순노무직 비율 2%로 줄었는데
2대째 단순노무직은 10% 육박
그 사이 대 이은 관리전문직 2배로

부모 없이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탈출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공부에 매달렸다. 그 결과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를 받았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이를 악물고 공부한 결과, 개천에서 용이 됐다.

#서울 용산구 안모(23)씨는 엘리베이터 설치와 보수 일을 한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아 대학을 갈 형편이 못 됐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월수입은 170만원이다. 안씨 아버지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평생 공사 현장 근로자로 일해 왔다.

안씨는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학 갈 엄두를 못 내고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대학에 갈 생각이지만 그때가 올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 등에 의해 자식의 장래가 정해지는 계층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위 ‘금수저·흙수저 계급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 직장이 있는 25~64세 남자 1342명을 분석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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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은 산업화세대(1940~59년생, 181명), 민주화세대(60~74년생, 593명), 정보화세대(75~95년생, 568명)로 나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후세대로 넘어오면서 부모의 최종 학력과 경제적 여건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경향을 보였다. 아버지와 자녀 모두 대졸 이상인 비율이 산업화세대는 64%에서 민주화세대로 오면서 79.7%로 높아졌다가 정보화세대에는 89.6%로 상승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졸 아버지 가정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더 커져 고학력의 세습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직업에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보사연은 직업군을 단순노무직·숙련기능직·서비스 판매직·사무직·관리전문직 등 5개 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아버지와 자녀 모두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산업화세대는 17.4%였으나 정보화세대는 37.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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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에 걸쳐 사무직을 유지하는 비율도 산업화세대 37.9%에서 정보화세대 50.1%로 증가했다. 단순노무직이나 숙련기능직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가 2대에 걸쳐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5개 직업군에서 단순노무직이 차지하는 비율(점유율)은 민주화세대 때 7.8%, 정보화세대는 1.9%인데도 아버지와 자녀 둘 다 단순노무직인 경우는 민주화세대가 16.3%(점유율의 2배), 정보화세대는 9.4%(점유율의 4.9배)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력·직업의 대물림은 계층의 고착화로 이어졌다. 보사연은 계층을 5개(하-중하-중간-중상-상)로 분류했다. 아버지와 자녀 둘 다 중상층인 경우가 산업화세대는 26.3%, 민주화세대는 39.7%, 정보화세대 39.7%였다.

상층은 산업화세대가 3.7%, 민주화세대가 12%, 정보화세대 3.1%였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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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농담인데 불편하네 ‘수저 계급론’

2대에 걸쳐 하층인 경우는 산업화세대(35.9%)에서 민주화세대(36.4%), 정보화세대(50.7%)로 가면서 높아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난의 대물림은 커지고 부의 대물림은 크게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보사연은 학력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 학자금의 금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낮추며 ▶예체능 과목 수행평가를 줄여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고 ▶기숙사·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생활 안정 지원책이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수연·정종훈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수저 계급론=‘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는 영어 표현을 빗대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부모의 경제력으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 계급이 나뉜다고 한 젊은 층의 자조적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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