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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문 세 살배기 깨문 교사 ‘벌금’…18개월 영아 밀폐된 곳 격리 ‘징역’

중앙일보 2016.02.01 02:34 종합 10면 지면보기
어린이집 원장 박모(56·여)씨는 26개월 된 A군의 팔을 깨문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지난해에 기소됐다. A군의 양팔에는 다섯 곳에 치아 자국이 생기고 멍이 들었다.

훈육? 학대? 어린이집 교사 판결
물리력 행사 횟수·강도 따라 갈려

박씨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자꾸 깨물어 ‘이렇게 하면 아프다’고 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박씨의 행동은 훈육이 아닌 아동학대”라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박씨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이달 초에는 인천 연수구 소재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양모(33·여)씨가 급식 반찬을 먹지 않는다며 4세 여아의 머리를 후려친 사건이 알려졌다. 양씨가 아이의 몸이 날아갈 정도로 강하게 때리는 폐쇄회로TV(CCTV)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양씨는 아동학대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인천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가 잇따라 문제가 되면서 “정당한 훈육 또는 체벌”이라는 보육교사와 “명백한 아동학대”라는 부모의 주장이 맞서는 경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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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에 따라 학대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까. 최근의 판결들을 살펴보니 훈육의 필요성, 물리력을 행사한 횟수, 물리력의 강도가 유무죄를 가르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나물 반찬을 먹지 않으려는 세 살배기 여아의 입에 억지로 음식을 밀어 넣은 혐의(아동학대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28)씨에 대해 최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괴로워하는 아이의 입에 계속해서 반찬을 넣는 등 ‘식습관 교정’이라는 보육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은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 벽면 사이의 공간에 몰아넣고 놀이매트로 시야를 차단한 교사 최모(45)씨 등 2명에게 정서적 학대를 인정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밀폐된 공간에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아이를 격리시키는 것은 훈육으로 볼 수 없는 학대 행위”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위의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었어도 신체 접촉 방법이나 횟수, 강도가 과도하지 않으면 학대로 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한 살배기의 팔꿈치를 끌어 교실 출입문으로 데리고 가 20분간 앉혀둔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사가 아이를 끌고 가는 상황이 특별히 과격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았고, 직전에 그 아이가 다른 아이의 팔을 깨물어 훈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주지법은 지난해 11월 지적장애 아이들을 돌보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글루건용 실리콘으로 한 번에 1~9대씩 7차례를 때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어린이집 교사 한모(43)씨 등 두 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 등이 가느다란 실리콘으로 토닥이듯 약하게 때렸고, 학대로 볼 정도로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따르면 가해자가 어린이집 교사인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246건(2014년에는 한 해 전체 건수가 295건)이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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