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미자 “지금도 한 키도 안 낮추고 노래, 늘 시험”

중앙일보 2016.02.01 01:42 종합 2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이미자는 매일 남편을 위한 아침상을 차리기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 세대의 일상이라 이상할 게 없다”며 “순수하게 순리대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하늘소리]


체구는 작지만 안은 다짐으로 단단했다. 올해로 데뷔 57주년, ‘국민 가수’ ‘엘레지의 여왕’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는 수없이 다짐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요즘 노래, 아픔·그리움 전달 못해
가요를 뽕짝메들리로 안 불렀으면”
19~20일 오케스트라와 가족음악회
“클래식과 어울림 보여주고 싶다”


“무대에서 절대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무대에 섰을 때 더이상 노래가 안 되는구나, 같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이미자(75)는 젊은 시절 부른 노래를 일흔이 넘은 지금도 원음대로 부른다. 단 한 키도 낮추지 않는다. 늘 혼자서 시험한다. 여왕의 자존심이자 자신감이다. 1959년 ‘열 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래 2000곡이 넘는 노래를 발표했고, 숱한 무대에 올랐다.

대한민국 가요사의 산 증인이자, 그 자체이기도 한 그의 엄격함은 유명하다. 그런 그가 새로운 컨셉트의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제목은 ‘엄마야 누나야’. 57인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가족음악회다. 새 도전이다. 가요와 클래식을 접목하고, 주 관객층을 중장년층에서 가족으로 넓혔다.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이 씨는 “지금껏 해 온 공연과 다르지만 시도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이씨는 데뷔 40주년부터 공공연히 은퇴 선언을 하곤 했다. “체력적인 한계와 그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어 내린 결정”이라는 말과 함께다. 60주년을 바라보는 그에게 생긴 변화가 궁금했다.

 
기사 이미지
-통상 5년 단위로 정규 공연을 해왔는데 올해 공연은 뜻밖이다.

“40주년, 45주년 지나고 50주년 공연 때 진짜 마지막일 줄 알았다. 55주년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때가 되니 제안이 왔고 할 수 있어서 공연했다. 그 이후 더이상 마지막이라고 말할 수 없겠더라. 그래서 좌우명을 바꿨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고. 60주년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무대 컨셉트를 처음 바꾸게 된 계기는.

“5년 단위로 공연하던 것에서 새 좌우명대로 공연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달라진 컨셉트를 고민하게 됐다. KBS1TV ‘열린음악회’ 클래식 지휘자 이경구씨가 지휘를 맡고 내 노래를 편곡해 클래식과 어우러지게 하는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 전통가요를 부르는 대중가수가 클래식하는 사람들과도 이만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함께하는 악단이 아니면 해외공연도 꺼릴 정도로 합을 중요시하지 않았나.

“그래서 조건을 걸었다. 몇십년 간 같이 해온 오디오, 조명, 무대, 악단 등의 시스템에 변화가 없다. 내 무대에 클래식을 입히는 거다. 나는 가요인이지 클래식하는 성악가가 아니다. 내가 부르는 가요에 교향악단의 선율을 입혀서 더 멋있게 들리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요즘 가요계는 복고 트렌드가 강세다.

“가요는 마음을 전달해 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아픔, 그리움 등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노래. 요즘 노래는 그런 전달성이 없다.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중 저속한 가사에 듣기 민망한 노래도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같은 트로트 가수라고 묶이는 게 싫다. 나는 전통가요 부르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고, 혼자서 몸부림치고 있다.”

-50주년 때 히트곡과 함께 ‘사의 찬미’ 같은 ‘옛노래’도 녹음해 음반을 냈다.

“레코드판으로만 남아 있고, 그마저 낙후돼서 못 듣는 노래 30곡을 추렸다. 히트곡 70곡과 새 곡 한 곡을 추가해 총 101곡을 녹음했다. 내가 녹음 안 했으면 사라졌을 노래들이다. 나는 콘서트를 하면 꼭 관중에게 말한다. ‘여러분 이 노래는 이렇게 듣고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마음을 전달하는 전통가요를 뽕짝 메들리로 바꿔 부르는 요즘 세태에 대한 몸부림이다.”

이미자는 애달픈 미성으로 상처 입은 한국인의 마음을 달래왔다. 그의 노래는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됐을까. 이씨는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생각을 하면 공연을 할 수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정신력으로 노래한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면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집에서 벌벌 기어다닌다. 그럼에도 꽉 채운 관객석과 관중들의 환호는 힘듦 대신 희열을 느끼게 한다. 작고 왜소한 체구의 그에게 운동은 하시냐고 물었다.

“무대에 서는 게 운동이야. 하이힐 신고 두 시간씩 버티고 서서 노래하는 게 큰 운동이지. 피트니스 끊어둔 게 있지만 안 해요. 다들 있는데서 운동하겠다고 걸어다니는 게 면구스워서.”

한결같은 단호함과 완벽한 매무새가 오늘의 이미자를 만들었다. 서울 공연은 19~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다. 053-428-8540.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