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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제대로 보고는 있습니까

중앙일보 2016.02.01 00:27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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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마요네즈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그중 단연 눈에 띈 건 ‘논콜’이었다. 혹시나 해서 성분표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논콜에 콜레스테롤은 없었다. 그러나 지방은 ‘하프 마요’라는 제품이 훨씬 적었다. 논콜은 이 제품보다 열량과 지방이 70%가량 많았다. 제조사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은 엄연히 다르니까. 그러나 이 둘을 몸에 안 좋은 기름기 정도로 생각하는 소비자는 잘못된 선택을 할 법했다. 그렇다고 깨알 같은 글씨의 성분표를 매번 챙겨볼 수는 없는 노릇. ‘차라리 덜 먹고 말지’라고 투덜대며 상점을 나섰다.

경제부총리가 이·취임을 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퇴임한 전 부총리는 세계 3등으로 자신의 성과를 요약했다.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가 넘고 인구가 2000만 명이 넘는 20개국 중 성장률 3등이란다. 역시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3등은 한국 경제의 핵심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제대로 보려고 했다면, 지역 분업 구조에서 중간에 낀 나라들을 비교했어야 했다. 시계열상 저성장 고착화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지표의 추이를 견줄 수도 있다. 그렇게 나온 등수였다면 우리 경제의 현 위치를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시장에 가서 “설을 계기로 내수 활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는 더 나빴다. 있는 데이터조차 모른 척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 확대로 시장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시장을 찾은 부총리에게 상인이 경기가 최악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기억이 있는가. 이미 경향성이 뚜렷해진 데이터를 모른 척하면 ‘최악’이란 푸념과 ‘나아질 것’이란 빈말이 반복되는 수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정치와 정책은 대중의 언어가 필요한 영역이다. 몰라서 그러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정작 답답한 건 연초만 되면 나오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자기 직원들에게 하는 반복적인 쓴소리다. 매번 미증유의 위기라는데 정작 자기 진단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 내외부는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온·오프를 넘나들어야 하고, 경쟁자의 범위는 국경을 넘어선다. 변화 속도까지 빠르다. 그만큼 전체 구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기가 어려워졌다. 오죽하면 CEO가 아니라 CUO(최고이해책임자·Chief Understanding Officer)라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매번 식품 성분표 같은 깨알 데이터를 CEO가 보고 있을 순 없다. 기업 내 수많은 정보를 데이터로 바꾸고, 그중 핵심을 추출하고, 최적의 이름을 달아 지표화한 후, 그것만 보고도 빠르고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급하고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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