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혈관-뇌장벽 뚫는 항암제, 뇌 전이 유방암 환자의 희망”

중앙일보 2016.02.01 00:05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김성배 교수가 실제 뇌 전이가 발생한 유방암 환자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모니터 속 MRI 영상에 빨간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뇌에 퍼진 암 조직이다. [사진출처=프리랜서 안재욱(프로젝트100)]


지진보다 그 후에 오는 해일이 더 위협적이듯 유방암이 그렇다. 암이 사형선고로 여겨지던 과거완 달리 10명 중 9명이 완치(5년 이상 생존)되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암이다. 재발·전이가 잦기 때문이다. 특히 암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면 더욱 위험하다. 수술이 어려운 데다 약도 잘 듣지 않는다. 유방암 권위자인 김성배(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 교수에게 유방암의 뇌 전이 가능성과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 인터뷰

 
유방암은 전이가 잘 되는 암인가?
유방에 생긴 암세포는 공격적이다. 전이와 재발이 많은 이유다. 항암치료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숨을 죽인 채 기다리다가 다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유방암 환자 10명 가운데 1~4명은 재발로 고생한다. 암이 재발하면 전이 확률도 함께 올라간다. 폐·간·뼈·림프절과 같은 이웃 동네로 곧잘 이동한다. 조금 멀리 뇌로 퍼지기도 한다. 암이 재발했을 때 뼈로 전이될 확률은 85%나 된다. 폐나 간은 20% 내외다. 뇌는 이보다 낮은 2~20%로 보고되고 있다.
재발·전이가 됐다면 절망적인 상황 아닌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뼈에 전이됐다면 보통 2년 반에서 3년 가까이 생존하고, 폐·간은 1년 반 정도 더 산다. 물론 이는 평균값으로, 치료를 잘 받는다면 이보다 오래 살 수 있다. 문제는 뇌에 전이됐을 때다. 비율은 낮지만 가장 치명적이다. 생존기간이 4~6개월에 불과하다. 심한 두통과 함께 운동·감각이상, 마비, 구토, 오심, 언어장
애, 시각장애가 나타난다. 최근엔 유방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가 늘고 있다.
 
기사 이미지
뇌 전이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방암 치료 성과가 워낙 좋아졌기 때문이다. 유방암 생존율은 1999~2000년 83.2%에서 2006~2010년 91.0%로 늘었으며, 지금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에 뇌 전이 비율은 종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즉, 예전엔 뇌로 전이되기 전에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생존기간이 늘면서 뇌 전이 환자가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진단기술이 발전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전이가 발생하는 특별한 이유나 체질이 있나?
 유방암 환자 10명 중 4명은 전이가 비교적 잘 되는 체질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적으로는 HER-2 단백질 양성 유형과 삼중음성(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단백질 모두 음성)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HER-2 양성은 20~25%, 삼중음성은 15% 내외다. 이런 유형이라면 두통이나 마비와 같은 증상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이는 4기에 발생하지만, 이 유형에 해당한다면 1~2기에도 뇌로 전이될 수 있다.

보통 4기 때 뇌 전이 발생 
두통·마비 증상 나타나면
1~2에도 의심해 봐야


치료가 어렵다던데?
 그렇다. 뇌로 전이된 유방암이 치명적인 또 다른 이유다. 암 조직이 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면 일단 수술이 불가능하다. 약도 잘 듣지 않는다. 뇌에 있는 ‘혈관-뇌장벽’이라는 보호막은 일반 혈관에 비해 훨씬 촘촘하다. 같은 항암제라도 분자량(약물 무게)이 작아 이 보호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전투력이 뛰어난 병사가 있어도 적진에 투입하지 못해 효율적인 치료를 할 수 없다.”
 
보호막을 통과하는 치료제는 없나?
 예전엔 없었다. 통과하더라도 그 비율이굉장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라파티닙’과 같은 분자량이 작은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뇌 전이 유방암 환자 생존율이 크게 늘었다. 장기 생존도 가능하다. 실제 유방암 4기에 뇌 전이까지 왔지만 5년 가까이 살고 있는 환자가 있다. 30대 초반에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고, 우리 병원에 왔을 땐 이미 림프절 전이가 있는 4기 환자였다. 수술과 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11개월 만에 다시 암이 생겼다. 이때 뇌 전이도 발견했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라파티닙을 투여했다. 3년 정도 치료를 받았고, 경과가 좋아 지금은 집 근처 병원에서 계속 치료 받고 있다.
기사 이미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비싸면 쓰기 어렵다
“표적항암제는 효과만큼 가격이 비싼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라스투주맙이나 라파티닙과 같은 유방암 치료제는 건강보험에 적용돼 부담이 조금 줄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이다. 이와 관련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유방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방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 해 새로 유방암에 걸리는 사람이 1만5000명을 넘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기 때문에 30대부턴 매월 자가 검진을 해야 한다. 유방암은 치료 성적이 월등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10명 중 9명이 완치 (5년 이상 생존)된다. 재발 혹은 전이됐더라도 절망에 빠져선 안 된다. 좋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끝까지 희망을 갖고 치료를 잘 받길 바란다.
기사 이미지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