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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1월, 먹구름 밀려 왔다"…5개의 지표로 본 글로벌 경제

중앙일보 2016.02.01 00:02
병신년( 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도 이제 한 달이 지났습니다.  희망찬 출발과 달리 곳곳에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입니다. 주식시장, 상품시장 등에 삭풍이 몰아쳤습니다. 투자자들은 불안합니다. 세계 경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요동친 2016년 1월 글로벌 경제를 정리했습니다. 
 
①너도 잃고, 나도 잃었다…증발한 돈 7197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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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충격의 돌림 노래라고 할 만합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블랙먼데이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미국 시장으로 번졌습니다. 새해 들어 1개월 만에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날아간 돈은 5조9757억 달러(약 7197조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발생한 나비효과였습니다.

폭락의 '원흉'으로 꼽혔던 중국 주식시장은 26.69%나 주저앉았습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던 투자의 방정식은 1월엔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미국(-8.2%)과 영국(-8.05%) 한국(-5.51%)까지 거의 모든 나라의 주식시장이 전례없는 급락을 겪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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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베이징 시내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H지수)가 골칫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위안화와 홍콩달러 값이 내리면서 홍콩 증시가 주저앉기 시작했습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지난해 5월 15000에 육박했던 지수가 1월 한 달 새 8000선이 무너지며 1조원에 달하는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새해 투자 대박을 노린 사람들에겐 이래저래 참 가혹한 한 달입니다.
  
②미안하다, 나도 손해 봤다…거부들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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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손꼽히는 세계 부자들도 속이 타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위기의 진원인 중국의 부자들 지갑이 가장 많이 털렸습니다. 주가 하락에 위안화 가치까지 떨어지며 자산은 크게 쪼그라들었습니다.

가장 많은 돈을 잃은 사람은 중국 완다그룹 회장인 왕젠린입니다. 29일까지 왕젠린 회장의 재산은 91억 달러(약 10조 9600억원) 줄어들었습니다.

 그 뒤를 이은 사람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같은 기간 77억 달러의 재산이 사라졌습니다. 세계 최대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39억 달러를 날렸습니다.

홍콩의 갑부들도 충격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홍콩 증시가 무너지며 판 수퉁 홍콩 골딘그룹 회장과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회장도 각각 55억 달러와 31억 달러의 자산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③저유가의 미스터리…왜 한국 기름값은 요지부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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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올해로 3년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값은 배럴 당 28.35달러까지 빠졌습니다. 200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입니다. 

기름값이 30달러 밑으로 내려온 건 12년 만의 일인데, 싸지는 건 좋은 일만이 아닌가 봅니다. 시장에 기름은 넘치는데 수요가 못 따라가니 새로운 싸움이 벌어집니다.

전통의 '기름 왕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시장 패권을 놓고 싸우던 미국이 40년 만에 원유 수출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그간 국제 사회에서 제재를 받아오던 이란마저 다시 수출에 나섰습니다. 한동안 시장에 "계속~" 기름이 넘칠 거라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예전엔 기름값 하락은 경제에 호재였는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유가의 미스터리죠.

유가 하락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입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각종 재화의 생산, 운송에 드는 비용이 줄고, 결과적으론 가격이 내려가게 되죠. 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값이 더 내려갈 텐데~"하는 소비 심리 때문이죠.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퍼지면 나라에 돈이 덜 돕니다.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이야기죠.

산유국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레,러시아의 재정적자는 심각한 수준이 이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베네수엘라처럼 산유국의 부도 위험도 커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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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의 한 주유소 모습. 글로절 유가 하락에도 국내 기름값이 그만큼 떨어지지 않는 건 세금 때문이다.

 
또 다른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출근 길 주유소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가는 폭락했다는데, 주유소에 적힌 푯말의 숫자는 비례해서 내려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금 때문입니다. 우린 휘발유 1L에 교통세와 교육세,주행세 등 총 745.79원의 세금을 붙이고 있습니다. 유가가 0원이어도 돈을 내야 한단 소립니다. 30일 기준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국내 휘발유값(L당)은 1364.93원으로 지난해 말(1409.91원) 대비 약 45원(약 3.1%) 내렸습니다.
   
④소로스와 시진핑의 '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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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 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새해부터 환율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치열한 전장은 홍콩이었습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새해 벽두 위안화 가치는 201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주식 시장이 급락하자 짐을 싸 떠나는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위안화 값은 하락했습니다. 역외 시장인 홍콩과 역내 시장인 중국 본토의 환율 차이를 노리는 환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며 위안화 값은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중국 정부가 나섰습니다. 홍콩 외환시장에 달러 폭탄을 터뜨리고 위안화를 거둬들였습니다. 위안화 값은 안정을 찾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투기 세력은 다른 먹잇감을 노렸습니다. 홍콩 달러입니다. 위안화에 이어 홍콩 달러 값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달러에 묶인 홍콩 달러의 약점을 겨냥한 환투기 세력이 홍콩 달러 약세에 베팅하며 홍콩 달러 값도 곤두박질쳤습니다.

홍콩 외환시장에서 벌어진 2차전은 진행 중입니다. 중국 정부가 나서 '환전쟁'의 주범으로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을 콕 찍어 비난할 정도로 확전 중입니다. 

홍콩 외환시장에서 벌어진 2차전은 진행 중입니다. 중국 정부가 나서 '환전쟁'의 주범으로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을 콕 찍어 비난할 정도로 확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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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통화는 위안화와 홍콩 달러만이 아닙니다.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9일까지 4.29%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브라질 헤알화 값은 3.37% 떨어졌습니다. 세계 경제 둔화와 저유가가 맞물리며 원유를 포함한 이들 국가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수요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의 달러 빚 부담이 커졌습니다. 수입품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가 급등하며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통화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⑤좀비기업, 시장 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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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불안감은 좀비 기업에 대한 공포로 옮아갈 모양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회장마저 "저유가로 에너지 기업 400곳이 무너진다"는 무시무시한 예고를 할 정도가 됐습니다.

이 불안감을 읽을 수 있는 상징이 바로 '정크본드'입니다. 정크(junk)란 말 그대로 쓰레기를 뜻하는데, 정상적으론 회사채를 발행해 회사를 굴릴 돈을 조달할 수 없는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좀비기업)가 '높은 이자'를 주기로 약속하고 발행한 채권이 정크본드입니다.

자칫 삐끗하면 회사가 부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위험'이 큰 투자대상이기도 하죠.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정크본드는 인기몰이를 했죠.
 
그런데 최근 들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좀비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커진 거죠.  정크본드 수익률은 급등하고, 가격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정크본드의 매력은 더 떨어지겠죠.

여기에 유가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까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중국발 쇼크로 '위험 자산'에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시장은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정크본드는 1200억 달러(약 144조 7800억원)에 이릅니다. 과연 좀비기업들이 만기를 잘 넘기고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글=하현옥·김현예 기자 hyunock@joongang.co.kr, 디자인=심정보·임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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