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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한은 금리인하에 베팅…이주열의 깊어가는 고민

중앙일보 2016.02.01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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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한은은 이날 7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중앙포토]


“글로벌 정책금리에 하한선을 두지 말라.”

10년물 국고채 금리 1%대 진입
“한은 올해 한 두차례 내릴 것” 전망
오늘부터 수도권 주택대출 관리 강화


일본 중앙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발표 이후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내놓은 조언이다. ‘여기서 더 내려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은 섣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16일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각국이 앞다퉈 금리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두 손 놓고 있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6월 1.5%로 0.25%포인트 내려간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동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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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부담은 원화 강세다. 지난달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9.4원 오른 1199.1원을 기록했다. 엔에 대해서도 100엔당 994.41원으로 20.84원 급등했다. 수출 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줄었다.

내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1%대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타는 듯했던 성장률은 4분기에 다시 0.6%로 고꾸라졌다.

올 들어선 ‘소비절벽’ 우려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각종 촉진책으로 끌어다 쓴 소비의 공백이 1분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소매판매지수가 두 달 연속 떨어졌고,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였다.

저(低)물가도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한은의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1.4%)는 목표치(연 2%)를 밑도는데다, 더 내려갈 공산도 크다.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1~2번 내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건 그래서다. 노무라증권의 경우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역시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해 말 1.8%에 육박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후 하락세를 타다 최근 1.5%대까지 내려섰다. 장기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10년물 역시 2%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은은 일단 신중한 자세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한편으론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될 우려는 상대적으로 덜었다”면서 “금리 조정은 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의 부작용으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건 가계부채 급증과 자본 유출 가능성이다. 가계대출 문제는 금융당국이 나서면서 한은은 다소 부담을 덜 전망이다.

1일 수도권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된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꼼꼼히 따지고,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곧바로 빚을 줄이자고 나서면 충격이 클 수 있으니, 우선 ‘질(質) 관리’로 위험을 줄여보겠다는 포석이다.

문제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낀 한국의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유럽, 중국 등 강력한 통화를 가진 나라들이야 큰 걱정 없이 돈을 풀 수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당장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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