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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나로 우주센터,1.1t 경차 70대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로켓 엔진 개발 한창

중앙일보 2016.01.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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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홈페이지


지난 28일. 여수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반을 달려 오후 12시 무렵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 도착했다. 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우주센터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겨울비가 몰아쳤다.
두 겹으로 둘러쳐진 철조망은 이곳이 국가 중요 보안시설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줬다. 입구를 지나치고 3분 정도 달리자 빗줄기 사이로 초록색 굴뚝이 보였다.

“로켓 엔진 지상 시험 단계에서 나오는 수증기 등을 분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이 들렸다.

3년 전 나로 우주센터에는 환호성이 가득했다.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나로호는 우주 진입에 성공했다. 우리 땅에서 쏘아올린 로켓 중 최초였다. 성공의 기쁨에 빠진 건 잠시였다. 1단 주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한 탓에 반쪽짜리 성공이란 비난이 일었다. 그동안 외국의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렸기에 기술 독립에 대한 염원은 커졌다.

나로호 발사 성공 신화가 쓰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의 완성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사용될 건물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1년까지 1조9572억원을 투입해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러시아 도움으로 발사에 성공했던 나로호보다 향상된 성능을 지닌 로켓 개발 프로젝트다. 나로호의 탑재중량은 100㎏인 반면 개발중인 한국형 발사체의 탑재중량은 1500㎏으로 15배 무거운 위성 탑재가 가능하다. 로켓이 위성을 실어나를 수 있는 상승 고도의 경우 나로호는 300㎞지만 한국형 발사체는 600~800㎞ 상공에 위성을 내려놓을 수 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핵심은 7t과 75t 로켓이다. 총 3단으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에는 75t 로켓 5기와 7t 로켓 1기가 장착된다. 1단 주엔진에는 75t 로켓 4기가 설치된다. 2단 로켓은 75t 로켓 1기로, 3단 로켓은 7t 로켓 1기로 각각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발사체는 후단으로 갈수록 로켓 크기가 작아진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날수록 중력이 줄어들고 공기 저항이 사라져 적은 힘으로도 상승할 수 있어서다.

근래 연구가 집중되는 분야는 연소기 시험이다. 초록색 굴뚝이 우뚝 솟은 연소기 시험 설비장에선 7t과 75t 로켓 시험이 요즘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연소기는 연료와 산화제를 태워 생성되는 고온ㆍ고압의 가스를 노즐로 분출시켜 추진력을 얻는 장치다. 자동차 엔진에 비교하면 연료와 공기가 섞여 폭발이 발생하는 ‘실린더’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원 연소기팀 김종규 선임연구원은 “연소기는 로켓의 핵심 부품”이라고 말했다. 75t 로켓은 이런 연소기의 힘을 바탕으로 1.1t의 경차 70대를 쏘아 올릴 수 있다. 이런 로켓 4개를 이어붙여 만든 1단 주엔진은 초당 1020㎏의 연료와 산화제를 소비하게 된다. 나로 우주센터에선 2019년까지 7t 로켓 시험이 160차례, 75t 로켓 실험이 220회 시행될 예정이다. 로켓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이다.

무중력 공간에서 로켓 작동을 시험하는 거대 체임버도 눈길을 끌었다. 지름 4m, 높이 5m의 체임버에는 3단 로켓(7t 로켓)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영민 엔진시험평가팀장은 “가장 멀리 날아가는 3단 로켓의 경우 무중력 공간에서 전자기기 작동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9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잡고 있다. 2018년까지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상세설계를 끝낼 계획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2020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 궤도 위성 발사에도 관련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발사체 개발을 민간이 이끄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한국형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은 물론 수출산업화 추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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