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은 금리 고민 커지고 수출기업 시름 깊어져

중앙선데이 2016.01.31 01:42 464호 2면 지면보기

2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시황판이 주가 반등을 알리는 빨간 숫자로 덮여 있다. 이날 일본 증시의 닛케이 225지수는 전날에 비해 2.8% 오른 1만7518.30으로 마감했다. [AP=뉴시스]



29일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하자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약 2.5%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2% 이상 상승했다. 유럽 증시는 영국의 FTSE 100지수가 2.6%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독일(1.6%)·프랑스(2.2%) 증시도 오름세를 보였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증시는 2.8% 올랐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3.09% 뛰었다. 이와 달리 코스피 지수는 0.27%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의 통화정책 발표가 호재로 작용했지만 엔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상승세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로 세계증시 급등했지만 …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세계 증시를 흔드는 강수였다. 일본은 2010년 10월 이후 5년 만에 0.1%였던 기준금리를 -0.1%로 낮췄다. 다음달 16일부터 시중은행이 일본은행(BOJ)에 돈을 맡기면 거꾸로 연간 0.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BOJ는 이번 정책으로 돈을 쌓아놓던 민간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더 낮출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 당장 다음달 16일에 있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하론과 ‘별 영향이 없다’는 동결론으로 갈렸다. 국내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여전히 침체 상태라서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더욱이 최근 미국 경제지표도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29일 발표된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분기(2.0%)보다 1.3%포인트 하락한 0.7%에 그쳤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택했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올해 중국 경기 둔화 등 국내외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재정의 58%를 상반기에 쏟아붓기로 했다”며 “결국 하반기엔 지난해처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금리 인하 정책으로 경기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후반기 집중적으로 추진한 소비 진작책이 중단되면서 소비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고심은 커졌지만 실제 액션(금리 인하)을 취하는 게 쉽지 않다”며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가능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금리 인하가 한국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 시중은행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면 엔화 값이 더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철강·기계 등이다. 실제로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한 29일에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급등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환율은 100엔당 994.41원으로 전날보다 20.84원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밑돈 것은 지난 6일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일본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동안 융통되지 않던 돈을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며 “돈을 푸는 기존의 양적완화 정책보다 엔화 약세가 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