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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야 주는’ 인센티브 비중 높으면 선수에게 불리

중앙선데이 2016.01.31 01:24 464호 23면 지면보기



‘끝판대장’ 오승환(34)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1’년. 그러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양측 합의 하에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는 계약 후 “인센티브를 포함해 1100만 달러(약 132억원) 수준이며 보장금액과 인센티브는 50대 50 비율”이라고 말했다.


오승환 사례로 본 메이저리그 계약 방식

연봉은 구단이 판단한 선수의 가치다. 보장금액이 높을수록 구단의 믿음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승환 계약의 경우 인센티브의 비중이 꽤 높다. 인센티브는 말그대로 목표 달성에 따른 성공보수다. 보통 투수들은 등판 경기와 이닝에 따라 인센티브가 책정된다. 높은 인센티브 비율은 MLB에서 아직 보여준 게 없는 오승환에 대한 구단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마에다 겐타는 '노예 계약' 논란지난 8일 LA 다저스와 계약한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28)도 오승환과 비슷하다. 마에다는 8년 동안 2500만 달러(약 300억원, 연평균 38억원)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사이닝 보너스(계약금)는 100만 달러(12억원)로 8년에 걸쳐 나눠 받는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받았던 연봉(3억엔·3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야후스포츠 등에 따르면 마에다는 등판 이닝과 경기 수에 따라 최대 9020만 달러(1095억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다.



계약 내용이 발표되자 큰 논란이 됐다. 배(보장금액)보다 배꼽(인센티브)이 큰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언론은 물론, MLB 선수협회까지 나섰다. 팬들은 ‘노예 계약’‘굴욕 계약’ 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팔꿈치 부상 위험이 있는 마에다에게 거액을 지불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대신 인센티브로 위험을 최소화하려 했다. 나이가 많은 편인데다 대학시절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는 오승환을 영입한 세인트루이스의 입장도 다저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오승환 계약의) 인센티브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 6년 보장연봉 3600만 달러(432억원)와 계약금 500만 달러(60억원)의 조건에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도 등판 이닝에 따른 인센티브를 계약에 포함시켰다. 170이닝을 넘으면 25만 달러(3억원)를 받고, 10이닝이 더해질 때마다 25만 달러씩을 더 받는 조건이다. 실제 2013년 192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인센티브로 75만 달러(9억원)를 손에 넣었다. 한 시즌을 부상 없이 완주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오승환은 인센티브를 포함, 올해 500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시즌 후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계약 연장에 대한 결정권은 오롯이 구단에게 있다. 계약서에 ‘옵션’ 조항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올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구단은 옵션을 적용해 내년 600만달러(인센티브 포함)가 책정돼 있는 오승환과의 계약을 이어갈 것이다.



 



구단이 계약연장 결정권 갖는 '옵션'지난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29)와 올해부터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게 될 박병호(30)도 계약서에 옵션 조항을 넣었다. 강정호는 4년을 활약한 뒤 구단의 결정에 따라 계약을 1년 더 연장한다. 만약 피츠버그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강정호는 25만 달러의 바이아웃(buyout) 금액을 받고 방출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박병호에게는 50만 달러(6억원)의 바이아웃이 책정돼 있다.



류현진의 계약에는 ‘옵트아웃’ 조항이 있다. 옵트아웃은 계약 연장의 선택을 선수가 하는 것으로 옵션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6년을 계약한 류현진은 5년간 7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고, 1년 일찍 FA 시장에 나가면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잔류를 선택하면 최초 계약에서 정한 연봉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선수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다.



류현진의 전 팀 동료였던 잭 그레인키(33)가 계약 기간 6년 중 3년만 채우고 FA 자격으로 지난해 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이적한 것도 옵트아웃 조항이 있어 가능했다. 최근 MLB의 정상급 선수들은 옵트아웃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지난달 미국 폭스스포츠는 “옵트아웃 조항이 FA 선수 영입에 있어 타 구단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전략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롭 만프레드(58) MLB 커미셔너는 “(구단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다. 그러나 구단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마이너리그 거부조항은 독이 될 수도구단은 선수가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할 경우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낸다. 그래서 선수들은 마이너리그행을 피하기 위해 ‘강등 거부’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도 한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 조항을 넣지 않았다. 김 대표는 “메이저리그(25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됐으니 거부권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오승환이 현재 자리를 지키면 된다”고 했다.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놓고 다저스와 계약 마감 30초전까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조항을 포함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말 계약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시 거부권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부당하게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는 것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주전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다. 그러나 박병호와 강정호는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이 조항을 넣지 않았다. 거부권이 반드시 선수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30)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 윤석민은 볼티모어에 입단한 뒤 트리플A(노포크 타이즈)에서만 뛰며 4승8패, 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했다.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출발이 좋지 못했다. 볼티모어는 9월 확대 엔트리 발표 때 윤석민을 지명할당(방출대기) 명단에 포함시켰다. 윤석민을 빅리그에 올릴 경우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발동해 다시 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볼티모어는 처음부터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한 것이다. 결국 윤석민은 꿈의 무대를 밟지 못하고 1년 만에 귀국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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