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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투함 배치에 중국 합동 군사훈련 맞불

중앙선데이 2016.01.31 01:18 464호 14면 지면보기

싱가포르에 배치된 미 해군 포트워스함. 지난해 3월 부산에 입항한 모습. [중앙포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초 ‘아시아 회귀’ 전략을 추진하면서 싱가포르에 전투함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동남아·남중국해와 유사한 해상 조건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전투함을 특별 설계했다. 이렇게 해서 미 해군 전투함 USS 포트워스가 2010년 12월에 최초 건조됐다. 2018년이면 이런 유형의 전투함 총 4척이 번갈아 가며 싱가포르에 1년 내내 주둔하게 된다.


군사적 긴장 높아진 믈라카해협

왜 미국은 하필이면 싱가포르에 해군 전투함을 상주시킬까. 싱가포르가 믈라카해협의 동쪽 입구에 전략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미국으로선 중국 견제에 최적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믈라카해협은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에 수로처럼 형성돼 있다. 항로 총연장은 800㎞로 세계 최장 해협이다. 폭은 50~80㎞다. 연간 5만 척이 넘는 선박과 세계 무역량의 무려 3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믈라카해협이 유럽~아시아 항로의 중앙부에 위치하며, 인도양과 남중국해 및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해협을 통과하는 데엔 약 20시간이 걸린다.



무역량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수송 통로로도 절대적이다. 세계에 공급되는 석유의 63%는 해상을 통해 움직이는데, 이 중 믈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약 1520만 배럴(2013년 기준)로 호르무즈해협(1700만 배럴)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7%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믈라카해협은 우리에게도 에너지 안보면에서 생명선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수입하는 석유의 84%와 82.7%는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모두 이곳을 통과한다. 심지어 중국도 전체 석유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믈라카해협은 중국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점이다. 전시에 이곳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가 승기를 잡는다는 건 자명하다. 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등 남중국해 인공섬에 사력을 다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다.



믈라카해협을 포함한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 관계는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이 싱가포르에 해군 함정을 배치해 간접적으로 중국을 포위하자 중국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전격 실시했다. ‘평화우의-2015’로 명명된 훈련엔 병력 1160명, 미사일 구축함과 호위함 등이 동원됐다. 비록 중국은 제3국가와의 전투를 염두에 두지 않은 해상구조·재난 훈련이라고 하지만 중국과 아세안 국가가 벌이는 최대 규모의 양자 군사훈련이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미·중 구애 공세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 중엔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말레이반도 및 인도네시아까지 한데 묶어 동남아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적 통로로 연결시키겠다는 ‘중-인도차이나 경제회랑’ 개념이 들어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간 고속철, 태국 농카이-방콕-맙타풋 철도 등 수조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남중국해 해양영토 분쟁에서 베트남·필리핀 등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 국가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묶어 자국의 수출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박성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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