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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서서 내면의 에너지를 꺼내라

중앙선데이 2016.01.31 01:18 464호 2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심수휘



우리 부모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나보다 가족과 회사를 먼저 생각하며 달려온 세대는 현재 40~50대 중년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 세대 중년들은 대개 자신이 번 돈으로 스스로 옷 한 벌을 사보지 못했다. 아내에 이끌려 강압적 구매를 당했거나, 그저 사다주는 대로 옷을 입으며 타인에게 자신을 맡겨 버리는 남자들이 대다수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꾸미기 보다는 아내 덕분에 멋쟁이 소리를 듣는 중년 남성들이 많다. 내 주변엔 자신을 꾸미기 위해 옷을 사기보다는 차라리 좋은 술과 안주로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보상받으려는 남자가 더 많아 보인다. 헤진 셔츠를 입고도 허허 거리며 ‘중년의 멋짐’에 무관심한 그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꽃중년 프로젝트 사전 -2-] 재다-당신은 더 멋져야 한다

한 달에 수십 명 이상의 남자를 만나는 직업상, 나는 지금까지 1000여 명 이상의 중년 고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했다. 자신의 멋을 찾아 표현하는 매력적인 중년들도 여럿 만났다. 그들을 보면 ‘남자의 멋은 나이와 지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저 남자가 내 남자가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선 찌들어진 중년의 피곤함만 느껴진다. 멋에는 표정·말투·패션·매너 등과 같은 그만의 스타일에서부터 여러 방면의 해박한 지식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 첫 번째 기준은 삶에 대한 ‘에너지’다.



얼마 전 100세를 넘긴 한 노신사의 인터뷰를 읽다가 ‘이 남자 정말 멋지다!’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는 이상형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역시 연상이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이 할아버지보다 연상인 여성이라면 지구상에 대체 몇 명이나 남았겠는가. 이런 유머감각을 가진 남자라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가진 것이 없어도, 못생겼어도, 키가 작아도 무조건 만나보고 싶다.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다. 내 친구들이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현재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노신사만큼 여유롭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100세 할아버지에 비하면 아직은 청춘인 중년의 남자들에게 매력적인 남자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의 눈길을 받는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무시하지 말라고, 중년이라는 새로운 삶을 위해 청춘의 에너지를 쏟아 부으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을 활기차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설렘’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SBS 드라마 ‘애인 있어요’가 화제다. 기억을 잃은 여자 주인공이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남편과 불륜관계를 맺는다’는 자극적인 설정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도 있다. 그런데 그녀는 왜 남편에게 다시 설렘을 느끼게 됐을까. 아마 기억 상실로 인해 과거 남편 때문에 지치고 찌들었던 아픔이 지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그녀에게 남편은 ‘설레는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저 드라마일 뿐이지만, 기억이 되돌아왔을 때도 그녀는 남편에게 또 다시 설렌다. ‘포장된 추억’을 다시 사랑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중년의 남자가 아내를 보며 다시 설렐 수는 없을까. ‘가족끼리 왜 그래? 젊은, 아니 새로운 여자라면 모를까.’ 남편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 떠오른다.



하지만 당신의 에너지는 고갈돼버려 아예 없어진 게 아니다. 당신 스스로 숨겨진 에너지를 꺼내 쓰려 하지 않는 것뿐이다. 스스로의 가슴 속에 어떤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다면 '다시 사랑하기'는 상상할 수 없다. 중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생의 청년기를 놓쳐버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멋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년남자들이여, 거울 앞에 서라. 그리고 숨겨놓은 내면의 에너지를 꺼내라.



 



허은아(주)예라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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