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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헬기·보트 공유까지 우버의 ‘무한 확장’

중앙선데이 2016.01.31 01:18 464호 10면 지면보기

2 우버는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잇츠’를 미국 주요 10개 도시로 확대했다. [사진 우버]



“어느 날 버튼을 눌렀을 때 냉동 트럭이 나타나 아이스크림을 배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창의적인 충동’이 있다면 가능한 일일 뿐이다.” 차량공유 회사인 우버를 세운 트래비스 캘러닉(41)이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음식배달 사업인 ‘우버잇츠(UberEATs)’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엔 그의 ‘창의적 충동’이 여행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올 초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온라인 여행 서비스와 관련된 ‘우버 트래블(Uber Travel)’ 특허를 받았다. 최근엔 홈페이지를 통해 차를 타는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음악과 뉴스를 제공하고 집안 보일러를 끄고 켤 수 있도록 하는 ‘우버 익스피리언스(Uber Experience)’ 개발 안내를 시작했다.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을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데서 시작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에 나선 그가 이젠 시야를 넓혀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집 안의 사물인터넷(IoT) 분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은 우버의 이런 무한 확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버가 대표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파괴력 때문이다.


외연 넓히는 공유경제

스스로를 ‘외로운 늑대’라고 칭하는 캘러닉이 우버를 세운 건 2007년의 일이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가 필요한 사람들과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를 연결하겠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곧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거액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고 이용자들은 폭증했다. 지난해 12월 우버의 탑승 횟수는 10억 번을 넘어섰다. 기업 가치는 급상승했다. 우버는 625억 달러(약 75조40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가진 회사로 변신했다.



축포를 터뜨릴 만했지만 캘러닉은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았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그를 적대시했다. 우버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일자리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우버의 근거지인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택시회사 옐로캡이 무너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옐로캡 파멜라 마르티네스 사장은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으로 경영난이 심화됐다”며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파리에선 우버를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파업과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프랑스 정부가 우버의 영업을 ‘불법’으로 간주해 수사를 할 정도로 우버의 영업 방식은 정치·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샌프란시스코 택시회사 파산하기도 차량공유 사업의 출발점을 끊은 우버가 세계 곳곳에서 불법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새로운 경쟁자들도 속속 등장했다. 캘러닉이 ‘우버 짝퉁(duplicate)’이라고 칭하는 비슷한 형태의 차량공유 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리프트(Lyft)가 세를 불렸고 유럽에선 블라블라카(BlaBlaCar)가 영역을 넓혀갔다. 프랑스를 안방으로 2006년 설립된 블라블라카는 독일의 카풀링닷컴과 헝가리의 오토홉까지 사들이며 유럽을 독식했다.



경쟁은 진화를 일으킨다. 도태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냉정한 시장의 법칙 때문이다. 리프트를 의식한 우버는 이달 9일 요금을 10~20% 내렸다. 본업인 차량공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80개 도시에서 이용료를 내려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 7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표 기업 페이스북과도 동맹을 맺었다. 우버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들과 대화하다가도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의 수평적 확대도 시작했다. 우버잇츠를 통한 음식 배달은 그중 하나다. 2014년 7월 우버는 전 세계 38개국 144개 도시에서 아이스크림 배달에 나섰다. 한여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편리하게 집에서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은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이듬해엔 57개국 252개 도시에서 아이스크림이 우버를 통해 배달됐다.



캘러닉은 “5분 안에 차를 부를 수 있다면 우버는 5분 안에 무엇이든 가져다줄 수 있다”는 자신의 말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빠른 시간 안에 문 앞에 배달해주는 사업을 최근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해 시카고·뉴욕·오스틴 등 미국 주요 10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 경쟁자를 맞이한 온라인 음식 주문·배달 회사인 ‘그럽헙(GrubHub)’은 우버의 신사업 확대 소식이 나온 당일(현지시간 1월 22일)에 주가가 8.6% 빠졌다. 우버는 필요한 생활용품 배달(우버 에센셜)에 이어 퀵배달(우버 러시)도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캘러닉이 자동차뿐 아니라 인력거와 보트·헬리콥터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와 중국에선 인력거 서비스를 하고 터키에서 보트를 이용한 교통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엔 유럽 항공사인 에어버스와 손잡았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7일 우버와의 헬기 공동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미국 유타주에서 열리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포드·다임러·에이비스 “우리도 차량공유” 새 시장의 가능성을 본 굴뚝 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시장의 공룡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 21일 차량공유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완성차 회사인 GM이 우버의 새로운 경쟁자로 뛰어든 셈이다. ‘메이븐(Maven)’으로 이름 붙인 GM의 새 시도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시범적으로 이뤄진다. GM은 올해 말까지 미국 내 주요 도시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GM의 시선은 멀리 가 있다. 리프트에 5억 달러(59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발표 후 보름도 지나지 않은 이달 19일엔 리프트와 유사한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사이드카(Side car)도 인수했다. 차량공유 시장이 늘어나면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GM은 리프트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통한 ‘무인차 공유’까지 내다보고 있다. 캘러닉은 “테슬라가 2020년까지 50만 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우버 서비스용으로 사들이겠다”고 늘 공언했다. GM은 아예 공유용 자동차까지 직접 만들겠다고 응수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를 갖고 있는 독일 다임러 그룹도 변화를 겪고 있다. 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려 쓰는 ‘카투고(Car2Go)’ 서비스를 2008년에 선보인 데 이어 2014년엔 독일 차량공유 회사 두 곳을 인수했다. 미국 포드의 마크 필즈 CEO는 지난해 6월 포드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며 “차를 사든 공유하든 포드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공유경제를 반겼다. 이런 변화에 대해 블룸버그는 “우버가 기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위협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정신을 차렸다”고 평했다.

3 세계적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가 인수한 차량공유 회사 집카. [AP]



렌터카 업체도 분주해졌다. 세계적 렌터카 회사인 미국 에이비스는 2013년 차량공유 회사인 집카(Zipcar)를 사들였다. 로널드 닐슨 에이비스 회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차량공유 서비스를 병행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전문 컨설팅 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전 세계 차량공유 서비스 가입자가 2014년 490만 명에서 2020년 26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1 차량 공유를 활용한 아마존의 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플렉스’.



공유경제의 싹은 유통 업계에서도 솟아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대표 주자다. 지난해 9월 아마존은 일반인이 물건을 배송하는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 서비스를 발표했다. 물건을 가능한 한 빨리 받고 싶어 하는 이용자의 심리를 공유경제로 활용한 아이디어다. 21세 이상의 성인 가운데 차가 있고 시간만 있다면 시간당 18~25달러를 받고 누구든지 물건 배달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는 시애틀을 시작으로 미국 대도시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마존은 자동차 외에도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과 도보로 물건을 주문자의 집 앞까지 전달하는 서비스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공유경제 2025년 400조원 시장” 전망도 일반인의 집을 세계인과 나누는 미국 에어비앤비(Airbnb)는 창립 9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과 리비아·이란을 제외한 전 세계에 진출한다”며 뿌렸던 투자금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는 전 세계 공유경제 산업 규모가 2014년 150억 달러(18조원)에서 2025년엔 3350억 달러(402조원)로 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유경제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의 확대 이면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공유경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공유경제 확산 요인으로 꼽았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의 성장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유럽의 재정위기와 겹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규모 실업 증가와 가계 파산, 정부 지출 급감으로 선진국 소비자들 상당수가 경험하지 못했던 재무적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며 “그 결과 자동차 등 내구재 구매를 포기하는 대신 공유·교환·재활용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빈방이나 쓰지 않는 물건과 같은 유휴 자산을 과외 수입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공유경제에서 드러난 고객 반응을 잘 살펴 기존 제품과 서비스, 사업 모델을 어떻게 혁신할지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로 만들어야 (기존 기업들의) 새로운 반전 계기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소유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공유하는 인터넷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 법학자들이 처음 만든 용어다. 이후 2010년대부터 개인이 소유한 물건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타인과 나누며 새롭게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또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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