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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돌풍 불 때 머뭇거린 LG ‘스마트폰 대중화’ 기다리다 뒷북

중앙선데이 2016.01.31 00:54 464호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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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의 시기를 놓쳐서 대세에서 밀려난 기업은 수도 없이 많다. 2008년 당시 애플이 새로 내놓은 아이폰 돌풍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을 쳤다.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던 핀란드 노키아는 심비안이라는 자사 운영체제(OS)에 앱스토어인 오비스토어, 내비게이션용 가민 맵 등을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은 ‘전지전능’이라는 광고 카피를 앞세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 OS를 탑재한 옴니아 시리즈를 대항마로 내놓았다. 하지만 심비안도, 윈도모바일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신형 스마트폰에는 어울리지 않는 OS였고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잃었다. 삼성은 재빨리 구글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면서 2010년 갤럭시S를 내놓았다.



초콜릿폰(2005년)과 프라다폰(2007년) 같은 인기 피처폰을 내놨던 LG전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기존 피처폰에 집중하다가 MS의 신형 OS인 윈도폰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이 옴니아 시리즈로 ‘흑역사’라는 비아냥을 받을 무렵인 2008년 말 LG는 소리소문 없이(사진)라는 윈도모바일 스마트폰을 내놓았다.는 전화가 와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버그가 많았다. 이 때문에 ‘본체보다 번들 이어폰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평을 받았지만 옴니아 시리즈가 앞에서 포화를 두들겨 맞은 덕에 소리 소문 없이 단종됐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 도입도 머뭇거렸다. 2009년 안드로원으로 안드로이드폰 발매를 시작하고 2010년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놓았지만 경쟁사보다 한걸음 늦은 출시, 늑장 업그레이드 등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뿐 아니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액정(LCD) 패널 크기 키우기 경주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에서도 LG는 늘 머뭇거렸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시장이 성숙하면 대응하겠다’고 미루다가 시장 자체를 잃어버렸다.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매출이 56조5090억원으로 전년보다 4.3% 줄고, 영업이익은 1조1923억원으로 34.8% 감소한 성적표를 내놨다.



머뭇거리다 쿠르스크 이후 한 번도 동진을 하지 못하고 베를린까지 밀린 독일군에서 LG전자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일단 변화는 시작됐다. 지난해 4분기만 따지면 영업이익 34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8% 늘었다.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키우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OLED TV 등을 선점한 덕이다. 구본무(71) LG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에 절박함을 가지고 선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수익 구조와 사업 구조를 고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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