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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맞닿은 중동의 소울푸드 진하고 고소하고 부드럽게 …

중앙선데이 2016.01.31 00:30 464호 28면 지면보기

호무스. 미국식 영어로 ‘Hummus’, 영국식으로는 ‘Houmous’이지만 중동 지역에서는 ‘Hommos’ ‘Homous’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나라에서 먹는다는 얘기다.



예루살렘에 갔을 때였다. 현지 안내를 해줬던 유태인 친구 조엘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특별한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가기 전부터 최고라고 칭찬을 열심히 했던 곳이다.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예루살렘 성내 아랍인 구역에 있는 아주 작은 식당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 한 분이 주방이랄 것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음식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몇 개 없는 탁자들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이스라엘에서 최고의 ‘호무스(Houmous)’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72- 페트라의 ‘호무스’

‘호무스’는 병아리콩(Chickpea)으로 만드는 중동지역의 전통 음식이다. 단어 자체가 아랍어로 병아리콩을 의미한다. 병아리콩을 삶아서 참깨·마늘·레몬 즙 등을 넣고 걸쭉하게 갈아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내놓는 소박한 요리다. 보통 아랍식 빵인 피타(Pita)와 함께 먹는다. 중동지역 중에서도 지중해에 닿아 있는 지역. 즉,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시리아·요르단·레바논 그리고 터키와 이집트 일부까지 포함하는 지역의 전통 음식을 ‘레반트 퀴진(Levant Cuisine)’이라고 분류하는데 바로 거기 해당된다. 지중해 음식의 영향을 받아 올리브 오일과 각종 허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무스’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마치 우리네 김치나 된장처럼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한다.



마침내 자리를 잡고 호무스 맛을 봤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다. 막 만들어서 내어온 호무스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했다. 한입 먹자 마자 왜 소울푸드로 불리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따스한 손길로 부드럽게 영혼을 달래주는 듯한 맛이라고 할까. 자극적이지도 화려한 느낌도 없었지만 은은하게 입안을 충실하게 가득 채워 주는 맛이 누이나 아내, 어머니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야채 샐러드에 피타 빵까지 포함해 1인분에 고작 5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몇 십만 원짜리 진수성찬에 못지 않게 훌륭한 음식이었다. ‘걸인의 가격, 왕후의 식사’였다. 벽에는 요르단 왕이 호무스를 먹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페트라(Petra)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552 전화 02-790-4433 휴일은 따로 없다. 호무스 8000원. 피타빵과 샐러드를 같이 시켜 먹으면 좋다. 허브가 많이 들어간 타볼리 샐러드(7000원) 추천.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다음, 가끔 호무스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 먹었던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들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소박한 맛은 계속 기억에 남아 문득 문득 이방인의 소울(Soul)을 끌어 당겼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유사품 때문에 몇 번 실패한 끝에 찾아낸 곳이 바로 이태원에 있는 ‘페트라(Petra)’였다. 예루살렘에서 먹었던 것과 거의 똑같이 진하고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호무스가 그곳에 있었다.



이 곳은 팔레스타인 출신 요르단 사람인 야설 가나옘(Yaser Ghanayem·44)이 운영하고 있다. 호주에서 살다가 2001년 우연히 한국에 왔는데 역동적으로 변화해 가는 나라 모습이 매력적이어서 그대로 눌러 앉게 되었다고 했다. 2004년에 이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해 집에서 각종 음식을 배웠던 실력이 바탕이 됐다. 처음에는 본인이 모든 요리를 직접 했지만 지금은 요르단에서 오래 살았던 이집트인 요리사를 초대해 와서 맡기고 있다.



페트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랍 레스토랑이자 정통 ‘레반트 퀴진’ 레스토랑이라는 게 야설의 설명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모든 음식이 ‘할랄(Halal)’의 원칙을 따르고 있고 술도 전혀 팔지 않는다.(이건 좀 좀 섭섭하다!) 요르단에서 직접 각종 스파이스(Spice)를 수입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두바이 왕자, 아부다비 왕자 등등 아랍지역의 왕족들이 올 때면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고 그는 자랑스럽게 얘기해줬다.



사실 아랍 음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알 기회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거의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만큼 아랍과 우리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호무스는 그런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줬다. 덕분에 다른 아랍 음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랍 지역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진정성이 담긴 ‘소울 푸드’는 역시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게 하는 힘이 있는 모양이다. 사람을 끌어당겨 마음을 열게 한다. 이스라엘에 사는 유태인이라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조엘이 그랬던 것처럼. 그 위대한 힘을 잘 활용하면 그 지역의 갈등과 분쟁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긴 한데…. 어차피 100여년 전만 해도 모두 같은 나라이기도 했고. ●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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