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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혹에 빠지는 나, 비정상인가요?"…비트코인, 범죄의 유혹

중앙일보 2016.01.3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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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익명성까지 갖춘 비트코인, 사용량이 늘면서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로 늘고 있다.

저는 누구일까요. 저를 얻기 위해서는 ‘채굴’ 활동이 필요합니다. 저를 캐는 사람은 ‘광부’라고 부르죠. 광물이냐고요?

아닙니다. 제 이름은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죠. 저는 ‘돈’이지만 동전이나 지폐 등의 형태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캐느냐고요? 성능 좋은 컴퓨터로 암호를 풀면 그 대가로 제가 생성됩니다. 캐는 과정이 녹록치는 않습니다. 일반 컴퓨터로는 암호를 푸는 데 5년씩 걸립니다. 저는 금(金)처럼 매장량이 한정돼 있습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에 제 몸값이 많이 뛰었습니다. 1비트코인은 422달러(51만원)입니다. 이 때문에 저를 캐내는 전용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하고, 저를 공동으로 캐서 이익을 나눠가지는 모임도 생겨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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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들게 캐서 어디에 쓰느냐고요? 음. 아직까지는 저를 돈으로 인정해주는 상점이 많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약 7400여 곳, 국내 120여 곳에 불과하죠.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예요.

특히 저는 개인 간에 직접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 수수료가 싼 게 장점이에요. 또 특정 국가의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 돈을 보내거나 해외에서 직구로 물건을 구할 때 편리하게 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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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저에게 고민이 생겼어요. 어둠의 세력이 저와 제 친구들에게 마수를 뻗치고 있기 때문이죠.

2013년 10월의 사건은 저희 비트코인사(史)에 치욕의 날로 기억이 될 겁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실크로드라는 사이트를 폐쇄하면서 서버에 있던 제 친구들(14만4000 비트코인)을 몰수해 4차례에 걸쳐 경매에 내놓았죠. 이 사이트 운영자는 마약·총기 등의 불법 거래를 중개하면서 모든 거래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했다고 해요.

아 참, 그 전엔 이런 일도 있었군요. 그해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비트코인 관련 투자를 통해 매주 7%의 수익을 약정하고 자금을 떼먹은 불법 다단계 사건을 적발했습니다. 디도스 공격 등 사이버 범죄에도 쓰인다고 해요.

이게 다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저의 익명성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이로 인해 유럽형사경찰기구(Europol)로부터 “비트코인 등 디지털통화가 역내 사이버 범죄의 주된 지급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듣기도 했죠.

문제는 이런 범죄의 유혹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마약밀수 사건(지난해 3월)이 적발된 적도 있고요, 저와 비슷한 형태의 디지털 통화를 발행해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기 범죄도 늘고 있다고 하네요.

지난해 3월엔 '유토큰'을 발행한 사업자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어요. 지난해 9월엔 퍼펙트코인이라는 걸 만들어 57억원에 달하는 금융 사기를 저지른 이도 있었어요.

그러니 누군가 디지털 통화를 판매하거나 가맹점을 모집한다고 접근해 온다면, 반드시 불법 다단계는 아닌지 의심해 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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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투자를 할 때 주의할 점이 또 있어요. 바로 제 몸값이 들쑥날쑥 하다는 거죠. 한국은행 김동섭 결제연구팀 과장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고 내재가치가 없는 통화다 보니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며 “기술적 동향의 하나로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기엔 위험성이 크다”고 당부했습니다. 저와 관련된 뉴스 하나만 발표돼도 제 가치가 하루 새 30~40%씩 떨어진다니까요.

혹자는 제가 국적에 상관없이 두루 쓸 수 있는 미래 통화가 될 거라며 한껏 저를 추켜 세우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통화’가 되기엔 갈 길이 멀답니다. 가장 중요한 ‘안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저를 이용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건 금물이란 사실, 명심하세요~!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한국은행이 발간한 ‘분산원장 기술과 디지털 통화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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