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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바지·노랑 셔츠· 색 입는 그들의 다음 편이 궁금하다

중앙선데이 2016.01.31 00:27 464호 29면 지면보기
‘먹방’·‘쿡방’ 트렌드 덕분에 TV 앞에서 군침 흘리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한편으론 피곤하기도 하다. 비슷비슷한 포맷에 출연진도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한식에 이탈리아·중국·프랑스 요리법과 재료가 반복해 쓰이는 메뉴도 조금 질린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JTBC 프로그램 ‘섬으로 가자’에 시선이 꽂힌 건 새로운 얼굴과 콘셉트 때문이다. 육지와 떨어져 고립된 섬에는 생존을 위해 척박한 환경과 싸워야 했던 사람들 특유의 식재료와 요리법이 존재한다. 이 생경한 식재료와 음식들을 찾아나서는 게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니 일단 새롭다. 그리고 만화가 허영만과 사진가 배병우라는 두 명의 먹방 주인공 역시 흥미롭다. 사실 허영만은 작품 『식객』을 통해 ‘맛’의 화두를 연 원조다. 그의 길동무는 동향인 여수 출신의 사진가 배병우. 소나무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건 알았지만 그가 직접 요리하기를 즐기는 줄은 처음 알았다.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의 요리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아마추어 요리사치고는 꽤 고수들이다.


style talk: 허영만·배병우 두 ‘할배’의 옷차림

흰 머리 성성한 두 할배가 형님·동생하며 떠나는 식도락 여행길은 젊은 스타 셰프들만큼 세련되지는 못하다. 오히려 거칠고 투박하다. 섬 할머니들을 “누님”이라고 부르며 눙치는 모습은 오래된 TV 프로그램처럼 촌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맛있게 재밌다. 국수 대신 묵처럼 굳힌 우뭇가사리를 썰어 넣은 콩국, 쌀 대신 끓여 먹던 빼대기죽(고구마와 잡곡을 넣고 끓인)을 비롯해 방풍죽, 톳밥, 부지깽이 나물전, 오징어 내장 된장탕, 꽁치엉겅퀴조림, 오징어 맑은 내장탕 홍감자인절미, 갓김치멸치찜 등 처음 보는 음식들은 침샘과 함께 궁금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간 중간 화면을 채우는 배병우 사진가의 풍경사진과 허영만 만화가의 ‘만화 레시피’도 다른 먹방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는 ‘촌철살인’의 재미다.



그리고 또 하나, 다음 편이 기다려지게 하는 별미는 바로 두 할배의 옷차림이다. 한 마디로 과감하게 ‘색을 입는다’. 빨강·오렌지 바지, 노랑·초록 점퍼, 보랏빛 셔츠에 모던한 스트라이프 티셔츠까지. 물론 ‘스타일링’이라고 불릴 만큼 세련된 모습은 아니다. 어쩌면 “요즘은 자꾸만 빨간색이 좋아져요”라고 했던 탤런트 최불암의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나이가 자연스레 만들어낸 ‘원색 강박증’일지도 모른다. 밝은 색을 입어야 얼굴이 환해 보이니까.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원색을 즐기는 노신사는 좀체 보기 어렵다. 젊은 세대도 자신이 좋아하는 색 혹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주 S매거진 커버를 장식한 이탈리아 피렌체 남성복 패션쇼 ‘피티 워모’ 기사 속 멋쟁이 외국 신사들 사진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색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빨강·파랑·분홍 재킷을 걸친 과감한 신사들도 있지만 평범한 베이지색 슈트에 살며시 초록색·와인빛 구두를 신은 신사도 보였다. 모두 멋져 보였다. 마치 지루한 흑백영화 중간에 ‘반짝’ 하고 나타난 황금빛 클림트의 그림처럼 시선을 잡아끌지 않던가.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존재하고 각기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는 “패션은 나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떤 이미지의 사람일까.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색깔을 갖는 데 좀 더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파랗기만 한 하늘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뜨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글 서정민 기자,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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