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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울에 ‘집같은 매장’ 프렌치 스타일은 살아있다

중앙선데이 2016.01.31 00:09 464호 8면 지면보기

2014년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프띠팔레 파리에서 개최된 ‘바카라 전시’ 공간.



명품 소비의 최근 트렌드는 ‘집’이다. 생활 공간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과 욕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옷과 가방에 탐닉했던 젊은 세대가 이제는 집에서 포만감과 힐링을 얻는 삶까지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털 명가 ‘바카라’

251년 전통의 프랑스 크리스털 명가 바카라(Baccarat)가 지난해 12월 서울 남산에 ‘서울 메종 바카라’를 오픈한 것도 이같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메종(Maison)은 프랑스어로 집을 뜻한다. 메종 바카라는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이용해 ‘집처럼 꾸민 매장’이다.



지난 18일에는 파리 생토노레, 서울 메종 바카라에 이어 월드 와이드 오프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 베이징에도 대형 매장을 열고 크리스털로 꾸민 아름다운 집의 형태를 제안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프랑스 왕실은?물론 탐미주의 문화인들의 식탁과 공간을 꾸며왔던 바카라의 ‘프랑스식?삶의 예술’을 엿볼 수 있는 ‘메종’은 어떤 모습일까. 중앙SUNDAY S매거진이 베이징과 서울의 그곳을 다녀왔다.

바카라의 대표상품 ‘제니스’ 샹들리에를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검정색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남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 메종 바카라 건물



베이징 센트럴 몰(바로 옆에는 베이징 최대의 명품 쇼핑몰 ‘신광천지’가 들어서 있다)에 오픈한 바카라 차이나 플래그십 스토어 입구는 파리의 고급 아파트 현관처럼 클래식한 나무 벽과 대리석 바닥으로 꾸며져 있다. 마치 프랑스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처럼 우산과 모자를 현관 벽에 걸어야 할 것만 같다. 공간 깊숙이 발걸음을 옮기면 이 속 깊은 프랑스 친구의 배려가 느껴진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 친구들을 위해 나무 식탁 위에는 한자를 모던하게 디자인한 빨간 테이블 웨어를 깔았다. 그 위로 맑게 빛나는 크리스털 잔과 그릇, 촛대와 화병 등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지난해 겨울 시즌부터 선보인 스카프는 중국식 나무 옷걸이에 걸려 있다. 색색의 빛깔로 정교하게 빚어낸 반지·목걸이 등의 주얼리 역시 오래된 오리엔탈 앤티크 서랍장 위에 전시돼 있었다.

‘크리스털로 꾸민 집’ 콘셉트의 서울 메종 바카라 실내



바카라 본사의 공간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프 프로손은 “프랑스 사람들은 외식도 즐기지만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며 “친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을 때 집을 예쁘게 꾸미고 좋은 그릇·양초·와인 잔으로 식탁을 장식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삶을 즐기는 것, 그게 프랑스식 삶의 예술”이라고 했다. 또 “최근 바카라가 시도하고 있는 매장 인테리어 전략은 프렌치 스타일을 보여주되 현지인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산자락에 위치한 서울 메종 바카라가 건물 한쪽 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통창을 통해 남산 성곽 길,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마주하고 있는 것 역시 한국인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밤이 되면 실내에 전시된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은은한 불빛과 성곽 길의 구불구불한 실루엣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처럼 펼쳐진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 실내 역시 모던하고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꾸민 것도 서울 메종 바카라만의 특징이다.

1909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주문으로 만든 ‘차르’ 잔



바카라가 추구하는 ‘프랑스식 삶의 예술’ 시작은 왕실바카라가 추구하는 ‘프랑스식 삶의 예술’의 시작은 왕실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다니엘라 리카디 바카라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인들은 아름답게 살아가는 데 높은 가치를 둔다”며 “특히 화려한 테이블 웨어와 샹들리에로 꾸며진 파티에 초대받은 다른 왕과 귀족들이 집에 돌아가 이를 흉내 내면서 아름다운 물건을 곁에 두고 즐기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고 했다.



1823년 루이 18세가 특별히 자신을 위한 테이블 세트를 주문한 것을 시작으로 바카라는 전 세계 왕족과 국가원수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의 화려한 샹들리에 컬렉션부터 나폴레옹 3세가 루브르와 튈르리 왕실을 위해 의뢰한 제품들, 인도 왕실과 일본 황실을 위해 제작한 정교한 세공품은 당대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힌다. 술을 좋아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1909년 주문한 술잔 ‘차르(Czar’s)’는 술을 마신 뒤 컵을 바닥에 던져 깨는 러시아 풍습 때문에 따로 차르만 굽는 가마를 두었을 정도다.



바카라를 사랑한 건 왕족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윈저 공작부부, 선박왕 오나시스,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 등 심미안을 가진 명사들 역시 자신들의 이니셜과 디자인으로 크리스털 공예품을 주문해 사용했고 이는 예술적 영감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독특한 개성과 미적 철학을 갖춘 왕실과 각 분야 명사들의 주문품이야말로 251년 간 바카라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바카라 시. 루이 15세의 승인을 받아 1764년 설립된 바카라 공장이 있는 곳이다. 도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5000명의 인구 중 500명 이상이 바카라 브랜드를 위해 일한다. 현재 바카라는 20명의 공인된 프랑스 최우수 장인(MOU)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장인들은 젊은 지원자에게 철저히 도제식으로 기술을 전수한다. 장인들은 지금도 주요 공정 대부분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니스 샹들리에의 주요 부분인 꼬임장식은 얇게 늘린 크리스털을 장인 두 명이 양쪽에서 잡고 4~5초 만에 꼬아 만든다. ‘바카라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빨강 크리스털은 24K 금을 540도에서 녹여 만든다.



강준구 바카라코리아 대표는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크리스털은 생산되지만 저마다 생산 노하우가 다르다”며 “유리에 어떤 화학적 배합을 해야 최상의 투명도를 가진 크리스털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온도에서 빨강·파랑·검정 등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지 비법은 장인들만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DNA는 유지하며 진화 ? 251년 최고의 비결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디자인 회사 넨도의 사토 오오키 대표는 2012년 처음으로 바카라와 협업한 후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룰을 바꾸는 방법을 통해 (디자인의)진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넨도의 작업은 1841년 제작된 바카라의 대표 상품 ‘어코어(Harcourt)’잔의 새 디자인이었다. 넨도는 연구 끝에 크리스털 잔을 40~50년 간 계속 쓰다보면 다리의 날렵한 선이 잔을 사용하는 사람의 손 모양에 따라 자연스레 둥그스름해진다는 걸 알아냈다. 넨도는 크리스털 표면을 산으로 미세하게 녹이는 세척 방법을 이용해 윗부분은 날렵하고 우아한 어코어 잔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다리 하단 부분은 잔을 쥐었을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을 새로 했다(지난해에는 어코어 잔을 여러 형태로 깎아 만든 한정판 크리스털 체스판 50개를 출시했다. 이 체스판 1개의 가격은 5500만원이다).



브랜드의 DNA는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 이것이 바카라가 251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현재까지도 최상의 자리를 지켜온 비결이다.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아이코닉 제품들을 필립 스탁·마르셀 반더스·하이메 아욘 같은 유명 산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지난해에는 모던한 라이프스타일을 극대화한 ‘바카라 호텔 앤 레지던스 뉴욕’도 오픈했다. 114개의 객실과 스위트 룸, 그리고 프렌치 레스토랑은 화려한 샹들리에와 크리스털 식기, 공예품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모마가 내려다보이는 바카라 바에는 2000개가 넘는 어코어 잔으로 장식된 벽면이 크리스털 특유의 빛을 뿜고 있다.

에스프레소 잔 2개와 받침으로 구성된 ‘카페 바카라’



고가의 제품에 심리적 벽을 느끼는 젊은 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에브리 타임(6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잔 세트)’, ‘카페 바카라(2인용 에스프레소 잔과 받침 세트)’를 비롯해 반지·목걸이 등 주얼리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머물러 있는 전통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역사와 결별한 문화 또한 초라할 뿐이다. 디자인 산업은 클래식과 모던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발전할 수 있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바카라와 프랑스식 삶의 예술의 가치는 바로 이 균형감 속에서 발전을 모색해온 ‘타임리스(timeless·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디자인에 있다. ●



 



 



베이징·서울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바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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