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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마실 때마다 배탈 나요? 유당 뺀 우유는 뒤탈 없어요

중앙일보 2016.01.31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최근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구정옥(56·여·서울 영등포구)씨. 칼슘 섭취를 위해 하루 두 컵 정도의 우유를 마시라는 의사의 권유를 듣고 배달을 신청했다. 우유는 칼슘제 보다 흡수율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매일 마시기가 만만치 않았다. 먹고 나면 항상 속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집안 내력인지 아들과 딸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다. 아들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우유를 챙겨먹으려 했지만 곧 포기했다. 딸은 카페라테(우유가 든 커피 음료)를 좋아하지만 마시고 나면 늘 배앓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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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칼슘량 시금치의 4배

우유는 전 세계 영양학자들이 인정하는 ‘완전식품’이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 고루 들어 있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총 114가지의 미량 영양소가 포함돼 있으며 혈압을 내리고 혈당 조절도 한다. 단백질 이용률은 고기보다 높고 다이어트와 충치 예방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을 떠나서라도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품이 바로 우유다. 현재 한국영양학회에서는 건강을 위해 우유 두 컵을 매일 마시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유는 칼슘 때문이다. 배제대 가정교육과 (식품영양학 전공) 김정현 교수는 “정부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 이래, 한 번도 정상 섭취 수준에 이른 적이 없었던 유일한 영양소가 칼슘”이라고 지적했다. 칼슘 섭취가 모자라면 골다공증이 생기고 척추와 관절 변형 위험도 커진다. 호르몬 분비에도 관여한다. 칼슘 부족 시 생식과 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기분이 저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한식으로는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 멸치·뱅어포 등 뼈째 먹는 생선에 칼슘이 풍부하지만 흡수율이 20%대에 불과하다. 우유는 흡수율이 40%에 이른다.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는 칼슘 함유량도 적을뿐더러(우유의 4분의 1) 흡수율은 5% 이하로 떨어진다. 김 교수는 “거기다 멸치와 시금치는 반찬으로 가끔씩 먹는 식품이다. 한국인이 하루 900㎎에 달하는 칼슘 섭취 권장량을 충족하기 힘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빵과 우유가 주식인 서양에서는 칼슘 부족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루 네 잔의 우유를 마시면 칼슘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인 유당 분해 능력 떨어져

하지만 우유를 먹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는 “우유 속에는 유당이라는 게 있는데, 이를 분해하는 효소(락타아제)가 부족하면 유당불내증을 앓는다”고 설명했다. 락타아제는 신생아 때 가장 많이 분비되다가 돌 전후 이유식을 하면서 점점 줄어든다. 서양인은 분비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동양인과 흑인은 적다.

 소화기내과에서는 유당불내증 환자를 우유를 마신 후 입으로 내뿜는 ‘수소’ 농도로 감별(호기수소검사)한다. 소장에서 분해되지 못한 유당이 대장에 이르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가 혈류를 통해 폐를 거쳐 호흡기로 배출되는데, 이 중 하나가 수소다.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수소 배출량보다 20ppm 이상 증가하면 유당불내증 환자로 진단한다.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국인 10명 중 7명 정도가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당불내증이 있으면 우유를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칼슘과 단백질이 많이 필요한 청소년, 뼈를 튼튼하게 관리해야 할 노년기에 특히 문제다. 칼슘제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칼슘제는 칼슘의 양은 많을지 몰라도 흡수율이 자연식품보다 훨씬 떨어진다. 또 칼슘으로만 섭취하면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장기복용이 어려운 이유다.

데워 먹는 건 별 도움 안 돼

그래도 방법이 있긴 하다. 유당 제거 우유를 마시는 것이다. 유당불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우유 제조회사도 제품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미세한 필터로 우유 성분 중 분자 크기가 작은 유당만 걸러낸다. 본래의 단백질·칼슘·무기질 등은 그대로 남겨둔다. 임상시험도 거친 상태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팀과 매일유업이 유당불내증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일반 우유와 유당 제거 우유(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마시게 한 후 불편함 정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복통이 96.8%에서 19.4.%, 설사가 90.3%에서 6.5%, 방귀는 87.1%에서 19.4%, 복명(배에서 나는 소리)은 96.8%에서 25.8%로 감소했다. 유당불내증 환자를 감별하는 척도인 호기수소검사 수치도 떨어졌다. 유당 제거 우유를 마신 군에서는 호기수소가 모두 정상 수치인 20ppm 이하로 나타났다.

 소량씩 나눠 먹는 방법도 있다. 보통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한 번에 6g 정도의 유당은 분해할 수 있다. 그 정도까지는 속이 불편한 증상이 없거나 아주 미약하게 나타난다. 우유 200mL당 9g 정도의 유당이 들어 있다. 하루 두 컵을 마셔야 한다면 네 번씩 나눠 먹으면 배가 불편한 증상을 다소 피해갈 수 있다.

 다른 음식과 함께 수시로 먹는 것도 방법이다. 밥이나 빵, 고구마나 과자 등을 먹을 때 우유를 조금씩 곁들이면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셈이 된다. 이는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우유가 총칼로리의 GI지수를 낮춰 결과적으로 체지방으로 변환하는 양을 줄인다. 실제 일본국립건강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쌀밥과 김을 먹을 경우 GI지수가 94였지만 쌀밥과 우유를 마셨을 때는 GI지수가 59였다. 총 섭취 칼로리를 같게 했을 때 일정 부분을 우유로 먹으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데워 먹는 방법은 유당불내증 환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 교수는 “데워도 유당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 유당불내증이 아닌 우유의 차가움 때문에 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 교수는 “꼭 우유가 아니라도 차가운 음식 자체가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먹어 본 뒤 속이 편하다면 이런 방법을 계속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섭취량을 늘리는 연습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분해효소가 많이 나온다. 술이 는다는 말은 이 때문이다. 우유도 자꾸 마시면 락타아제가 점점 많이 분비된다. 처음부터 많이 마시기보다 섭취량을 점차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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