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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기가 곧 기회다

중앙일보 2016.01.30 17:36

지난 주말 뉴욕에는 자그마치 68cm의 눈이 내렸다.중국 네이멍구의 수은주는 영하 47.5도까지 떨어졌고, 대만에서는 최소 85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제주를 찾은 8만여 관광객들은 32년 만에 찾아온 유례없는 폭설과 한파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며칠간 발이 묶였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팔 차림으로 조깅하며 겨울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던 세계가 갑작스런 한파로 잔뜩 움츠러 들었다.재난영화 '투모로우'에서나 볼듯하던 기상이변이 문득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반면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자라난 중국과 인도는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악명 높은 베이징의 스모그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인도라고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 실제 미세먼지로 인한 인도의 사망자수가 2012년 기준 10만명당 159명으로 중국의 2배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4년에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로 지목한 바 있다. 얼마 전 인도에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자 엑소더스를 한 듯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상기후와 환경오염은 어느새 우리 일상에 너무나 깊이 들어와 버렸다.그리고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게 만든 범인이 지구 온난화라는 데 이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됐다.일각에서 주장하던 태양 흑점에 의한 주기적 현상이라는 가설도 더 이상 자리잡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지난 해 12월 파리에서 세계 196개국 대표들이 체결한 ‘기후변화협정’이야말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자인한 참회문이라 할 것이다. 협정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억제함으로써 파국을 막아내자고 다짐했다. ‘교토 의정서’가 유럽 중심의 선진국들의 반성으로 절반의 성공에 그친 반면 ‘파리기후변화협정’에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박근혜 대통령도 파리 기후변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또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으로 배출량 감축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100조원 규모의 시장과 5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사실 제조업 비중이 크고 이미 개별기업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은 무언가 획기적인 대책을 제시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ICT를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을 기반으로 다각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제기하며 융복합에 기반한 에너지 신산업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경제성을 의심받던 신재생 에너지는 지속적인 R&D에 힘입어 발전원가가 화석연료와 비슷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근접했다.파워 반도체의 성장도 눈부셔 전기자동차나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같은 다양한 부문과의 융합은 물론 전력의 품질과 효율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실제 인피니언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같은 선두주자는 전력시스템에서 차지하는 파워반도체의 비중이 현재의 30% 수준에서 곧 70%까지 높아질 것이라 한다.

파워반도체와 IoT에 힘입어 무인자동차의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전기자동차의 강자 테슬라는 이미 라스베이가스에서 LA까지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있다.자율주행을 금지하는 현행법의 제약으로 운전자가 운전하는 시늉만 할 뿐이다.우리도 적극적인 R&D 투자로 신산업에서 크게 약진했다. 스마트그리드부터 전기저장장치, 전기차 충전, 스마트 빌딩, 에너지 자립섬과 같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많이 확보하게 됐다.

인류는 지금 아주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야마니 前 OPEC 사무총장의 말처럼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서 끝난 것이 아니다. 화석연료의 시대도 마찬가지다.그러나 현실은 어떤가.테슬라의 경우처럼 과거의 기술에 기반한 법 제도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소화하지 못하는 '회색지대'가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신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이런 장애물을 찾아 빨리 제거하는게 시급하다.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에 걸맞은 법과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그래야 눈앞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지금 때를 놓친다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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