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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박근혜 대표 2년간, 열린우리당은 대표 7번 바꿨다

중앙일보 2016.01.30 02:04 종합 4면 지면보기
대표직을 사퇴한 날(27일) 문재인 의원이 금화 모양의 초콜릿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16년간 ‘더민주’ 대표 34번 교체
평균 5.6개월…한명숙 석달도 안 돼
“계파 내 동지애가 더 두드러져
다른 쪽이 당권 잡으면 흔들기”

문 의원은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의원 스스로 재임기간은 “영일(寧日)이 없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썼을 정도니까요. 문 의원의 재임기간은 354일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문 의원은 2000년 이후 더민주 계열 정당에서 몇 번째로 오래 대표를 했을까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문 의원이지만 2000년 이후 자료를 추려 보니 그래도 네 번째로 장수한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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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오랫동안 대표직을 지낸 사람은 누굴까요? 정세균 의원입니다. 정 의원은 2008년 7월부터 2012년 8월까지 2년1개월을 당 대표로 지냈습니다.

정 의원에게 비법을 물어봤더니 “재·보선 등 선거에서 계속 이겼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 아무리 흔들더라도 버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 의원처럼 2년 동안 대표직을 유지한 야당 대표는 2000년 이후 없었습니다.

 새천년민주당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의 16년 동안 당 대표가 34번이 바뀌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더민주 계열 정당에서 대표직을 지킨 기간은 평균 5.6개월입니다. 반년도 안 돼 대표가 계속 바뀌었던 겁니다.

 정 의원 말대로 선거 패배로 인한 교체가 많았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2004년 3월~2006년 6월)에만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대표가 7번 바뀌었습니다. 당시 대표직을 가장 오래 지낸 문희상 의원(6개월)은 “2~3개월 단위로 대표가 바뀐 혼란기였다”고 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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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대표를 지내면서 상처를 입은 대표도 많습니다.

문재인 의원도 “제가 겪었던 참담한 일들이 또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2014년 8월 비대위원장이 된 지 한 달 만에 기자회견도 없이 e메일로 사퇴를 합니다.

▶관련 기사 문재인 "제가 겪은 참담한 일 되풀이돼선 안돼"

당시 사퇴의 변에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강경한) 움직임과 극단적 주장이 요동했다”고 썼습니다. 아직도 박 의원은 술자리에서 당시 일을 이야기할 때면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고 합니다.

박 의원에 이어 비대위원장 역할을 맡은 문희상 의원은 “당시에는 예수, 공자, 세종대왕,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아도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 전 의원도 ‘흔들기’에 지쳐 대표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이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당내 강경파와 갈등을 벌였습니다. 이 전 의원과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와 교섭을 통해 보안법을 폐지하는 대신 고무·찬양 등의 독소조항을 없애는 걸로 합의합니다.

그런데 합의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전 의원은 “배신자” “한나라당에 당을 팔았다”는 막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저런 사람들 하고 정치를 못하겠다는 생각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고 회고했습니다.

 당 대표 수명이 짧은 게 더민주만의 일일까요. 새누리당도 비슷하지만 정도는 더민주보다 덜합니다. 2000년 이후 새누리당에서 당 대표는 18번 바뀌었고 평균 재임 기간도 11.7개월입니다. 야당 대표 임기가 ‘잔혹사’라면 여당은 ‘수난사’ 정도인 셈이죠.

2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대표도 이회창 총재를 제외하더라도 박 대통령(2년3개월), 강재섭 전 의원, 황우여 의원 등 3명입니다.

 새누리당보다 대표 수명이 짧은 이유를 더민주 전병헌 의원은 “계파 내부의 동지애는 있지만 당 차원의 동지애는 희미해져 있어 다른 계파가 당권을 잡으면 흔들어댄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문희상 의원도 “우리는 목숨 걸고 당권 경쟁에 달려든다”고 했습니다. 정한울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각 계파가 자신들이 유리하게 당 대표 선출 방식을 계속 바꿔서 신뢰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며 “공정한 룰부터 세우라”고 조언했습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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