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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신빙성 인정…이완구 유죄

중앙일보 2016.01.30 01:52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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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29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총리가 판결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29일 유죄가 선고됐다.

선거사무실서 3000만원 받은 혐의
법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선고
6명 무혐의 처분 검찰 수사 도마에
이 전 총리 “총선 불출마…항소할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장준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시의 선거사무실을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쇼핑백에 담긴 3000만원을 직접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전 총리는 그날로부터 10년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 전 총리는 선고 직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옷 속에 들어 있던 메모지의 내용(속칭 ‘성완종 리스트’)과 통화 내용을 핵심 증거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메모지에 적힌 정·관계 인사 중 6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 수사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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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9일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자필 메모에는 이 전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액수 등의 다른 표시는 없었다.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직전에 경향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말을 남겼다. 이 통화 녹음은 법원에 제출됐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숨져 메모지와 통화 내용에 대해 진술할 수 없는 만큼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성 전 회장이 메모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통화 내용에도 허위가 개입됐을 여지가 거의 없다. 신빙성을 담보하는 구체적 정황도 있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일정표와 비서진의 카카오톡 내용 등을 근거로 당시 두 사람이 독대했다고도 결론 내렸다.

또 3000만원이 조성된 경위와 이 돈이 든 쇼핑백이 비서진을 거쳐 성 전 회장의 손에 들어가는 과정도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쇼핑백을 들고 간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만난 뒤에 빈손으로 왔다는 수행비서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 전 총리는 판결 후 “결백하다. 항소심에서 진실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검찰 “이완구 선거사무소 도착” 성완종 비서 카톡 공개

 이 판결로 홍준표(62) 경남지사도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 전 회장의 메모지에는 ‘홍준표 1억’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 전 회장의 통화 녹취에도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있다. 홍 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원이 메모지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면서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메모지에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관련된 내용과 함께 ‘허태열(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2억, 유정복(인천시장) 3억, 부산시장(서병수) 2억,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 불, 이병기(청와대 비서실장)’도 기재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과 공소시효 문제 등의 이유로 이들 6명에 대한 수사는 무혐의로 결론 냈다. 홍 의원을 제외하고는 소환 조사도 안 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소극적으로 수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메모지의 신빙성이 인정됐다면 다른 인물들도 재조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글=서복현·홍상지 기자 sphjtbc@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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